
조 영 주
아시아경제기자
요즘 국세청 안팎의 최대 관심사는 백용호 국세청장이다.
‘국세청을 개혁하라’는 특명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국세청장이니 국세청 직원들은 물론 바깥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할 테다.
칼바람이 불 것이라던 국세청은 예상외로 조용하다. 하지만 물밑에서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국세청 직원들은 모두 체감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바뀌고 있을까.
우선 백 청장이 ‘개혁’이 아니라 ‘변화’라고 강조한 것은 국세청이 어떻게 바뀌어갈 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변화’란 말은 ‘혁신’이나 ‘개혁’보다 어감이 밋밋하다. 속뜻도 한결 단순하다. 그럼에도 ‘변화’란 말은 오히려 참신하다. 기업은 물론 정부마저 ‘혁신’과 ‘개혁’을 떠들고 있는 마당에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문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14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발표한 ‘국세청 변화방안’이란 제목도 당초 ‘개혁방안’으로 만들어졌다가 백 청장의 지시에 따라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국세청 본청의 한 국장은 “말만 거창한 것보다 실제 행동으로 변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며 “변화방안을 잘 보면 당장 할 수 있는 것들만 들어가 있고, 무책임한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변화방안 가운데 핵심은 본청 감사관과 납세자보호관, 전산정보관리관 등 요직 국장급 자리를 외부에서 선발하는 것과 세무조사를 보다 투명하고 예측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단순히 제도만 바뀌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의구심과 달리 국세청 내부에서는 ‘뭔가 확실히 바뀔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다른 국장급 인사는 “국세청이 예전에는 외부공모를 통해 간부를 뽑을 경우 퇴직한 국장급 인사가 다시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다를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위급 간부들 사이에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백 청장의 스타일 때문이다. 백 청장은 말단 직원들에게는 매우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는 반면 간부들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그는 을지훈련에서 직원들과 함께 주먹밥을 먹는가 하면, 점심시간에는 청장 지정석이 마련된 헤드테이블을 놔두고 일반직원 옆에 앉아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한다. 동대문세무서를 방문해서는 도열해있는 간부들을 호통친 반면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는 직원들에게는 기꺼이 응했다. 예고 없이 북광주세무서를 불쑥 찾아가기도 했다.
반면 백 청장은 세무관서장회의에서 “국세청 개혁안이 왜 국세청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고 외부에 의해 만들어지느냐. 이런 문제에 대해 국세청 간부들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고 지적해 간부들로부터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
이처럼 고위 간부들에게는 독하게 대한다. 최근 들어 국세청 간부들은 회의 때마다 바짝 긴장한다고 한다. 옛날에는 ‘군기’가 바짝 들었었는데, 이젠 좀 다른 의미의 긴장감이 맴돈다는 것이다.
국세청 간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백 청장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이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기자에게 물어오기도 하고, 기자도 국세청 안팎의 사람들에게 쉼 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어떤 사람은 “맑은 사람이다”고 표현하고, 어떤 사람은 “조용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말하기도 한다. 누구는 “조근조근 논리적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더 강해 보인다”는 사람도 있다.
실제 그를 만나면 그런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술을 입에 잘 대지 않고, 조용조용 말을 풀어낸다. 주로 듣는 시간이 많다. 허투루 뱉는 말은 거의 없다. 대신 논리적이고 적절하게 언어를 구사한다. 형식과 관례보다 내용과 합리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국세청 직원들에게 그를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라고 하면 대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조직 시스템을 갖추고, 근엄하고 권위적인 조직문화를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더불어 개혁은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이란 점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백 청장은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을 위해 연수를 찾아갔더니 그곳에서 만난 신입직원들이 때 묻지 않고 참 맑더라. 이 친구들의 모습에서 국세청의 미래를 볼 수 있지 않느냐”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들 신입직원은 분명 선배들과 다른 분위기에서 국세청의 첫단추를 꿰고 있다. 이들이 ‘백용호 제너레이션’ 또는 ‘백용호 키즈’라고 불리며 국세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때면 이미 국세청이란 조직은 지금과는 놀랄 만큼 변해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15호 (200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