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국세청장이 오는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국세청 개혁의 특명을 받고 온 백 청장의 그간 행보는 한마디로 '점진적이고 실용적인 변화' 추구로 축약된다.
백 청장은 '권력기관', '상납고리', '조직문화' 등으로 표현됐던 국세청의 모습을 '납세자 중심 서비스', '공평 인사' 등으로 바꾸려고 온 힘을 쏟았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시스템 변화부터 시작했다.
백 청장은 세무조사의 자의성 배제, 직원의 청렴성 제고, 공평한 인사 등 3가지를 국세청 개혁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이 원칙에 따라 세무조사의 경우 대기업은 4년 주기로 순환 조사하고 중소기업은 납세 성실도에 따라 조사 대상을 선정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직원의 청렴도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는 감사관 외부인사 영입을 대안으로 내놓았고 공평한 인사를 위해서는 인사위원회라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국세청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업무와 시스템에 변화를 준 것이다.
그러나 변화를 추구하는 속도나 규모는 백 청장이 취임했을 당시의 분위기에 비하면 크지는 않은 편이라는 평가다.
백 청장이 임명될 당시만 해도 앞으로 국세청에는 일대 '광풍'이 불어닥칠 분위기였다.
우선 본청, 지방청, 세무서 3단계 구조의 조직이 개편되고 고위직 간부가 대거 물갈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이주성, 전군표, 한상률 전 청장 등이 추문으로 물러나 곪은 상처를 도려낼, 메스를 든 외과의사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국세청장 6개월 공백 끝에 외부 학자 출신을 기용한 것은 청와대의 국세청에 대한 개혁 의지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백 청장은 취임 후 '개혁'보다는 '변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허풍 섞인 구호보다는 실천 가능한 선에서 점진적으로 국세청을 바꿔 나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내부 반발을 고려한 조치일 수도 있지만 아직 국세청 안팎에서 평가는 좋은 편이다.
백 청장은 취임 이후 100일간의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연말까지는 소프트웨어를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백 청장이 '국세행정 변화방안' 발표 이후 국세행정위원회 설치, 외부 출신 감사관 영입, 세무조사 기준 제시 등 굵직한 하드웨어 정비에 나섰다면 앞으로는 그에 따른 세부사항을 챙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세청 대표전화 개설 등 납세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세부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세수 확보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다.
정부의 감세정책과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 재정수입 확보가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 청장도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세입 여건이 어렵지만 세수변동 요인의 지속적 점검과 치밀한 세수관리를 통해 국가 재정수입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국세 징수세액은 81조6천2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조1천900억원)의 89.5% 수준이다.
올해부터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이 인하되면서 세원 확보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국세청이 고소득 전문직을 비롯해 탈세 혐의가 짙은 업종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세청은 지난 5월 학원, 웨딩홀 등 고소득 자영업자 130명에 대해 기획 세무조사를 한 데 이어 지난달 스타 강사, 법무법인 등 탈세 혐의가 짙은 사업자 15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청장 취임 이후 조용한 행보 속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지속적인 국세청 변화와 세수 확보 문제가 이후 가장 큰 관심사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 속에서도 직원들이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사건 등이 터지면서 과연 국세청의 고질적인 병폐가 근절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씻기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퇴임한 조성규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에 대해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하고 있고, 대전지역 일부 세무공무원도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백 청장은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청장으로서 송구스럽고 책임감을 느낀다"며 비판을 피하지 않았다.
백 청장이 취임 후 100일간 보여준 변화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세청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개혁의 고삐를 다시 한번 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