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 태 화
MBN 기자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를 놓고 말들이 많다.
‘대혼란'과 ‘시한폭탄' 등 당장 전산으로 세금 계산서를 작성해야 하는 업체들은 물론, 공인인증 전문업체, 프로그램 개발 업체 할 것 없이 비상에 들어갔다.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그동안 잠복해 있던 문제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프로그램 업체들이 이미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제 두 달 남은 시행 시기까지 업체들이 새 전산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그램 업체 관계자는 "수주를 받고 싶어도 더 이상 여력이 없다. 심지어 업체별 프로그램 규격화 작업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아직 전자세금계산서와 관련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공인인증서 업체들의 불만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국세청에서 기존에 사용해 오던 공인인증서 체계를 인정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읍소할 정도이다. 사용자도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수십만 원의 인증서를 쓸 수 없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상황이다.
실제로 시범 서비스에 착수한 전자세금계산서 서비스의 홈페이지 ‘e-세로'의 게시판에는 각계의 불만 섞인 목소리들로 가득하다. 게시물 가운데는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설치할 수 없다”라는 말부터,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세금 계산서를 처리해야 하는데 하루 10건으로 제한 한 건 억지”라는 등의 불만 등이다. 특히 "사용방법을 모르면 이 서비스를 아는 사람을 고용하란 말인가?”라는 내용의 불만은 ‘납세협력비용'을 납세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 있는 국세청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용량 전자세금계산서를 다루는 기업들은 민간 소프트웨어 업체를 통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다. 자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영세 업체들은 애플리케이션 임대(ASP)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처지다.
제도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세무사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자세금계산서 도입이 세무대리 업무의 기본 틀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강행되는 제도 개선에 따라 업무량 급증 등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시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국세청의 고압적인 태도이다. 심지어, 홈페이지 개설 초기, 게시판에 올라온 각종 불만 사항들을 삭제했다는 의혹마저 받고 있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정해놓은 일정을 맞추기에만 급급하다. 심지어 당장 1월 이후 전자세금계산서를 갖추지 못한 곳에는 2%의 엄청난 가산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전시 행정'을 위한 ‘억지 일정'을 잡아 놓고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셈이다.
여기에 대한 비판은 지난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시행 초기에는 ‘채찍보다 당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제적인 제재보다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자세금계산서는 향후 투명한 세정을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할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당장 이해 당사자들 역시 여기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관건은 ‘보여주기' 식의 제도개선이 아닌 실질적인 납세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얼마 전 100일을 넘긴 백용호 청장의 취임 일성은 ‘서비스 기관으로의 국세청으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한다'였다. 본청 국장에 연이어 파격적인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등의 모습은 그동안의 국세청에 대한 불신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난 국세청의 모습이 어떻게 변하든지, ‘남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국세청 ‘본연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세청 개혁'을 부르짖는 내부의 움직임에 국민은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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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19호(2009.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