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대한민국 세무사 시장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빨간 불이 켜진 이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때마다 임기응변식 대처가 가미되면서 위기에 대한 내성만 커져 있을 뿐, 위기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세무사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은 한결같이 '어렵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물론 시장참여자들의 연령층에 따라 어렵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배경은 각각 다르다. 체감 내용만이 다를 뿐, 시장 전체의 위기 내용은 다르지 않다.
2010년, 개업 세무사 1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세무사의 존재를 항구화하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나 각종 제도개선을 통해 타 자격사들이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굳건히 쌓아올리는 것은 사실 소극적 대처법에 속한다. 보다 적극적인 대처법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극적 대처법, 향후 수 십년 발전의 기틀이 될 적극적 대처법은 바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세무사들, 개개인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의 관행, 보수주의적 마인드를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세무사의 발전은 세무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세무사들 개개인의 '의식개혁'에서부터 그 출발점을 찾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 무엇이 그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나= 세무사들의 인식은 20년 전이나 지금 현재나 별반 다르지가 않다. '기장대리'와 그에 수반되는 세무조정(조정료 수입)이 자신들의 주요한 수입원이라는 인식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시절, 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산업을 육성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는 고도의 기술이 접목된 지식산업 등으로 승부해야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경쟁상대도 과거에 비해 더욱 강해지고 많아졌다. 이제는 글로벌 국가들과 경쟁을 해야 할 처지다. 세무사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기장대리와 세무조정만 가지고 시장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파이(기장대리 시장)'가 무한대로 증가하는 추세도 아니다.
쟁쟁한 경쟁상대(법무법인, 회계법인)들도 즐비, 호시탐탐 세무사들의 업무영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세무사 시장의 위기상황은 사실 시장에 참여한 세무사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측면도 없지 않다.
세무사들 스스로 기존의 시장 메커니즘에서 벗어나지 않고 안주해 버린 측면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대변해 주는 가장 좋은 예는 세무사 시장에 '덤핑경쟁'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무사 자격증이 고소득을 보장해 주는 시대는 지나 버린 지 오래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세무사들은 더욱 많아질 공산이 크다. 가만히 앉아서 떨어지는 '감'을 받아먹는 좋은 시절은 지나 갔고 세무시장의 메커니즘은 변할 대로 변했다.
□ '발전'의 원동력= 사실 세무사는 납세자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유익한 측면이 많다. 유익한 것이 많기 때문에 납세자들이 찾게 되고 또 그들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찾아오는 납세자들을 붙잡아 두면서 새로운 수익원(납세자)을 창출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서비스 경쟁은 필수라는 것이다. 세무사들이 현재의 시장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 납세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다만 실천이 지지부진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세무사들은 현재 돌아가고 있는 가격경쟁 체제하에서 기장대리를 가지고 서비스 경쟁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아직은 거리감이 느껴지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종합적인 세무컨설팅 상품을 개발해 서비스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유수의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서 수행하는 수준의 종합적인 세무컨설팅 상품 개발은 업무영역 확장(조세소송 대리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세무사 시장의 대규모 M&A 등(세무법인 대형화 등) 지각변동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무법인의 한 관계자는 "개개인 세무사들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세무컨설팅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개별 사무소 체제에서는 쉽지 않다"라며 "세무법인 대형화 등을 통해 고급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자본력과 영업력 등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세무사들이 꼽는 또 다른 부분은 '차별화'다.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경쟁은 필수이며 경쟁의 승자와 패자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경쟁에서의 승패는 남들과 다른 경쟁력(차별화)을 갖추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많은 세무사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세무사는 "사무실만 차려놓고 앉아 있으면 고객들이 찾아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스스로 고객들을 찾아야 하고 고객들에게 자신의 차별성을 심어주고 선택하게끔 만드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세무사들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원동력은 개별 세무사들에게 달려 있다. 현재 세무사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공통된 인식 또한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 관행과 보수적 의식이라는, 무형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의식의 개혁은 업계의 발전과 전문자격사인 세무사의 영속성을 보장받기 위해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데 많은 세무사들이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