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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깎아달라' 봇물..재정은 뒷전
[연합뉴스 2010-02-22]
벌써 수조원대..재정건전성은 '말로만'

 

재정 건전성을 되살리도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기에 국회에는 세금 깎아주자는 법안이 줄을 잇고 있다.

 

민생 지원용 감세 법안이 많지만, 재정 건전성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감세 법안 제출이 쇄도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008년에 이어 작년에도 법정 국세 감면한도를 지키지 못한 정부가 올해는 한도를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초부터 비과세.감면법안 수두룩
21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조세법안 28건 가운데 세수 감소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은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20건 안팎에 달했다.

 

이 가운데 비용 추계를 첨부한 6개 법안에 따른 세수감소 규모는 연간 1조원, 5년간 4조6천억원대나 됐다. 여기에 기술적으로 비용 추계가 어려운 법안들까지 합칠 경우 그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것이다.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공제를 늘려주는 내용이다.

 

종합소득이 있는 여성에 대해 혼인 여부나 부양가족 유무와 관계없이 1인당 50만원을 추가 공제하고 보장성 보험료 공제한도액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리며 의료비 특별공제의 기준액을 총급여액의 3%에서 1%로 낮추는 게 골자다. 세수감소 규모는 올해 6천203억원을 비롯해 5년간 2조8천746억원으로 추정됐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다자녀 추가공제 금액을 2명인 경우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2명이 넘으면 초과 1인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을 각각 높이는 동시에 영유아 보육료 및 교육비 공제한도를 400만원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연간 1천362억원, 5년간 6천810억원의 소득세수 감소가 예상됐다.

 

기술적으로 비용추계가 어려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수두룩했다.

 

예컨대 기업이 근로자나 그 배우자에게 지급하는 출산 및 6세 이하 자녀교육 관련 급여의 10%를 소득.법인세에서 공제하자는 안은 물론 대중교통 비용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자는 안이나 말(馬) 사업 소득에 대한 법인.소득세액을 감면해주자는 안도 제출됐다.

 

이번에 상정되지 못했지만 정부가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한 중소기업 고용증대 세액공제안도 제출돼 있다. 이를 통한 세제지원 규모는 2011~2014년에 걸쳐 4천5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지난 11일 민주당 김효석 의원이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감면 혜택을 늘리는 내용으로 대표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올해 1천280억원을 비롯해 5년간 5천120억원의 세수를 줄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나랏빚 느는데..국세감면한도 또 어길라
이렇듯 재정 건전성 회복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비과세.감면 요구가 속출하는 것을 놓고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더욱이 경제위기로 지출이 늘었지만 세수가 주춤하면서 지난해부터 비과세.감면 축소와 세입기반 확충을 역점과제로 추진 중인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100% 원안이 통과되지는 않겠지만 정부도 고용 창출을 위해 조세 감면 법안을 제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부 처리되는 법안이 나올 전망이다.

 

실제 올해 국가채무 규모는 407조2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6.1%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채무 가운데 올해 48%대 비중을 차지할 적자성 채무가 증가 추세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비과세.감면 요구를 하나둘씩 수용하다가는 재정 건전성 회복은 커녕 올해도 법정 국세 감면한도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가재정법은 국세 감면율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직전 3년 평균+0.5%) 이하가 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 규정이 시행된 첫해인 2007년만 한도가 지켜졌다.

 

2008년에는 고유가 위기로 한도를 넘겼고, 작년에도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감면 규모가 28조원대, 감면율이 14.7%나 됐다. 한도인 14.0%를 0.7%포인트 초과한 것이다.

 

정부가 올해에는 반드시 감면한도를 지키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이처럼 비과세.감면 법안이 줄을 잇는다면 빈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별적 감면 확대는 그만해야 한다"며 "소득세 공제처럼 한 번 감면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것은 더는 안되며, 시한이 정해진 일시적 감면으로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조회: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