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간 해외주식 투자를 해왔던 이모씨는 얼마 전까지 심리적인 부담을 느껴야만 했다.
주식 매매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어떻게 납부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매년 해외주식 매도로 생긴 수익에 대한 양도세를 이듬해 5월 성실하게 신고 납부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여느 해처럼 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2009년 정부가 개정한 소득세법에 있었다. 정부는 작년 말 소득세법을 일부 손질했다.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움직임이었다.
소득세법 개정의 결과 부동산, 아파트 분양권, 주식, 골프회원권 등의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신고 횟수가 연 1회에서 매분기별 1회로 증가했다.
신고 시 제출해야 하는 증빙서류도 늘었다. 당국이 법정서식인 주식양도소득금액 계산명세서만 제출토록 해 최대 수백장의 자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과세 당국은 소득세법에 따라 법정기간 중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신고 납부하지 않을 경우 20%의 무신고가산세를 부과받는다고 엄포를 놨다.
2009년 귀속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확정 신고기한과 2010년 1분기 양도소득세 예정 신고기한인 5월 31일이 다가옴에 따라 투자자들의 표정은 크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결국 이씨와 같은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공개적인 불만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어찌 현실과 동떨어진 법으로 고통을 줄 수 있느냐는 거였다.
특히 이들은 “법에 따라서 세금을 내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 왜 멀쩡한 우릴 조세범으로 만들려 하느냐”며 당국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한층 더 높이기도 했다.
이런 투자자들의 반응에 일부 세무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해외주식 매매를 중개하는 증권사 직원들도 적극 공감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당국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저항에 크게 놀랐다. 그런 까닭에 관련 제도를 보완할 방안을 찾는 일에 뒤늦게나마 매달리게 됐다.
국세청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해외주식 신고서식 등을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우선 과세당국은 양도세 신고 시 주식양도소득금액 계산명세서 대신 증권사가 만든 양도소득금액 계산 보조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외화로 해외주식을 거래할 경우 환율적용의 시점은 ‘해외주식 결제대금이 투자자의 계좌로부터 입·출금되는 날’로 명확하게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또 주식 취득가액 산정 시 취득시기가 불분명한 경우 선입선출법 적용이 원칙이나 증권사가 이동평균법을 적용할 경우 이를 인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록 늦었지만 과세당국인 국세청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신고 과정에서 생길 문제점에 주목하고 이를 예방해줄 해결책을 내놓은 것은 다행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애초 생기지 않았어야 할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이에 투자자들이 심적 고통을 겪었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투자자들은 해외주식 매매가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정보가 한정돼있고, 국내 주식에 비해 리스크가 높아 거래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주장이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한 댓가로 얻어낸 수익금에 정부는 고율의 양도세를 부과한다. 이와 관련한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불만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는 않을 터. 이런 상황에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생각지 못한 고통만 더 안겨준다면 과연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국세청 등은 이제라도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살피고, 효과적인 투자 지원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면밀한 검토 후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신고 횟수를 줄여주고, 관련자들의 여론을 들어 필요한 경우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의 크기도 줄여줘야 한다.
그렇게 해 늘어난 소득이 소비 부문으로 선순환되면 우리 경제의 힘은 더 커지고, 국내에 있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보람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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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32호(201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