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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기자실] 현금영수증 의무화로 바뀐 풍경

 

       장 원 재
   동아일보 기자

 

 #1. 4월 초 대전 S예식장에서는 하객 수백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이 열렸다. 결혼식이 끝나고 양가 혼주는 축의금을 합쳐 결혼식 비용 1500만 원을 현금으로 냈다. 다음 날 신부측 관계자 A 씨는 예식장이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 업종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관할 세무서에 미발급 사실을 신고했다. 예식장은 600만 원(자진납부를 택해 일부 감면)의 과태료를 냈고 A 씨는 3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2. 한의사 B 씨는 고객들이 묻지 않아도 꼬박꼬박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고 있다. 미발급액의 50%인 과태료가 무서워서다. 하지만 B 씨는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신고한 연간소득이 2억 원이었는데 현금영수증 발급으로 소득이 노출되면서 올해는 1억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세무서에서 조사 나와 소득이 급증한 이유를 물으면 할 말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위 사례는 올해 4월부터 전문직 현금영수증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부는 세무사,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 사업자 23만 명에 대해 30만 원 이상 현금거래를 할 때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현금영수증을 발급하게 했다. 발급하지 않았다 적발되면 미발급액의 50%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신고자에게는 미발급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주는 ‘세(稅)파라치’ 제도도 도입했다.


일단 제도는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처럼 보인다. 도입 한 달 후 국세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업종의 현금영수증 발급액은 전년 동월 대비 약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까지 3조 원의 숨겨진 세원이 드러나게 된다. 세원 노출액의 10%를 세금으로 걷는다고 가정하면 증세 없이 약 3000억 원의 세수(稅收)가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는 제도의 성과가 확인되자 7월부터 룸살롱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 산후조리원, 노무사를 현금영수증 발행 의무 업종에 추가했다. 현금 거래가 많고 소득탈루율(전체 소득 중에서 신고하지 않은 소득 비율)이 높은 업종들이다.


하지만 세원 노출을 피하기 위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중개업소 중에는 아예 현금영수증 가맹점에서 탈퇴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작년 신고 수입이 2400만 원 미만이면 의무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맹점에서 탈퇴하면 영수증 발급을 최소화하면서 계속 연간 수입을 2400만 원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학원의 경우 수강료를 30만 원 이하로 할인해 주면서 넘어가기도 한다. 수강료가 31만 원이면 2만 원을 깎아주면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식이다. 학원은 몇 달 치 수강료를 한꺼번에 받지 않고, 병원은 치료를 단계별로 나누는 방식으로 30만 원 기준을 피해간다는 말도 들린다.


소득탈루율이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하게 높아 탈세의 대명사로 불리는 유흥업소는 어떨까. 글을 쓰는 시점에는 시행 전이라 단정하기 힘들지만 각종 편법을 생각해낼 게 뻔하다. 유흥업소 이용자 중 증거를 첨부해 현금영수증 미발급 사실을 신고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도 짐작하기 힘들다.


사실 현금영수증 의무화와 세파라치 제도를 바람직한 정책의 전형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우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고 일각에서는 과도한 포상금이 불신 풍조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룸살롱은 포함되고 안마시술소는 제외된 이유가 뭐냐’며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과태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는 것은 더 이상 전문직 탈세를 용납할 수 없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국가 재정을 증세 없이 채우려면 숨은 세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할 전문직 종사자에게 세금을 걷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전문 지식을 가진 이들과 대중의 신뢰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전문직 종사자들이 지금이라도 스스로 ‘세금을 제대로 낼 테니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나서는 것은 어떨까. 자발적으로 존중받을 만한 태도를 보인다면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한 신고포상금이 연장될 리는 없을 것이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35호(2010.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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