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대포통장'과 유령 법인을 빌려 세금을 내지 않으려던 40대 무역업자가 오히려 수억원을 뜯기고 형사처벌까지 받게 됐다.
12일 경기도 의정부경찰서에는 따르면 인천에서 무역업을 하는 박모(47)씨는 지인의 소개로 대포통장을 수집하는 장모(37)씨를 알게 됐다.
장씨는 김모(55)씨 등 2명과 함께 이모(57)씨 등 노숙자 5명을 관리하면서 이들 명의로 법인 20여개와 은행 계좌 40여개를 개설해 놓고 있었다.
매출 가장, 카드깡, 세금 포탈 등 범죄 수익을 숨길 목적으로 유령법인과 대포통장이 필요한 사업자에게 빌려주고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다.
박씨는 지난 4월2일 이런 장씨에게 법인 명의를 3천만원에, 대포통장을 50만원에 각각 빌렸다.
3개월후인 지난 2일 박씨는 통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통장에 입금한 사업자금 12억원중 9억8천만원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도 돈을 누가 빼갔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결국 박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의 돈을 몰래 빼간 범인은 대포통장을 빌려 준 장씨였다.
장씨는 대포통장을 빌려주기 전에 인터넷 뱅킹을 신청해 입출금 내용을 수시로 확인했으며, 박씨가 입금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돈을 빼낸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밝혀졌다.
또 노숙자 명의의 다른 은행 계좌들을 이용, 6단계에 걸쳐 돈을 이체해 경찰 추적으로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장씨에 대해 특가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중국으로 달아난 김씨 등 공범 2명을 수배하고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또 장씨 등이 은행계좌를 개설하도록 명의를 빌려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노숙자 이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역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천만원의 세금을 아끼려다 수억원을 뜯긴 사건"이라며 "유령법인과 대포통장이 여러 개 있어 여죄를 캐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