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후 불어나고 있는 은행예금의 주인은 가계가 아니라 금융위기 때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은행들은 이 돈으로 채권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매수주체로 활약하고 있다.
19일 SK증권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의 은행예금은 2008년 말 177조3천억원에서 지난 5월말 현재 240조3천억원으로 작년 이후 최근까지 63조원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가계의 은행예금은 326조6천억원에서 386조5천억원으로 40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은행예금은 675조2천억원에서 826조1천억원으로 150조9천억원 늘어났다.
염상훈 채권애널리스트는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예상치 못한 파산보호신청 이후 촉발된 금융위기 당시 기업들은 위기 대비용 자금 조달을 위해 급격히 확대된 회사채 신용스프레드에도 불구,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다"면서 "하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나라 경제가 회복되면서 마땅히 쓸 데가 없어진 자금을 손해를 감수하고 은행예금으로 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잔액은 48조원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들어 회사채 순발행 규모는 급감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A등급 이상 회사채 만기가 90건 도래했는데, 이중 39곳은 차환발행을 하지 않고 상환해버렸다. 하지만 올해 금리하락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 회사채 시장에서 여전히 소폭의 순발행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염 애널리스트는 "2008~2009년 비상상황으로 급히 조달했던 회사채들의 만기가 앞으로 점차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들이 좋은 기업실적과 높은 현금보유를 바탕으로 회사채 상환에 나설 경우 기업의 은행예금은 회사채 순상환과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채권시장의 가장 강력한 매수주체인 은행의 매수세는 차츰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