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위법행위시 회사를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兩罰規定)에 대한 위헌 결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회사대표의 범죄 책임을 회사에도 묻는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으로 기소된 식품업체인 J사 등의 신청을 받아들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등이 농산물품질관리법의 양벌규정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회사대표 관련 부분'에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농산물품질관리법 제37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 행위를 하면 그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헌재는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 귀속돼야 하며, 감독자가 없는 대표자의 행위는 감독상 과실을 물을 수도 없고 법인만의 분리된 책임을 상정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 중 대표자 관련 부분은 대표자의 책임을 요건으로 해 법인을 처벌하는 것이기에 책임주의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회사대표의 위법행위와 결부시켜 회사까지 처벌하는 '회사대표ㆍ법인 양벌규정'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헌재는 양벌규정의 직원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한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해 법치국가의 원리와 죄형법정주의의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앞서 2007년 보건범죄단속법을 시작으로 청소년보호법, 도로법, 건설산업기본법, 의료법, 사행행위처벌법, 의료기사법 등에서도 직원의 위법행위에 대해 법인이나 영업주를 함께 처벌하는 '직원 관련 양벌규정'에 대해 일관되게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양벌규정이 명기된 360여개의 법률에 대한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과거 검찰이 의료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내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모 병원장이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근거가 되는 양벌규정 조항이 위헌 결정으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했으므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