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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기자실] 나라 살림이 건전해야 국민도 걱정없다

 


           김 종 윤
  중앙일보 경제부문 차장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소설을 쓰기 위해 전세계를 돌아 다닌다. 그에게 그리스는 창작의 터전이었다. 1986년 겨울 그는 아내와 함께 그리스 동남부 미코노스섬을 찾았다. 이 곳에서 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최종 탈고는 이탈리아에서 했다). 하루키가 이때 가깝게 지낸 사람이 세 들었던 연립주택 단지 관리인인 반젤리스다. 그는 당시 59세였다. 1남1녀를 두고 집수리에서 생선 내장 고르기까지 남 돕는 걸 좋아하는 낙천적인 그리스인이었다. 반젤리스의 꿈은 연금을 받고 노후를 편하게 지내는 거였다. 은퇴 후 연금으로 생활하는 건 누구나 원하는 노후의 풍경이다.


그리스는 연금 천국의 나라였다.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90%를 넘는다. 은퇴해도 일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수입을 보장받는다는 얘기다. 연금제도의 부실은 더 심각하다. 580개 위험 업종에 종사하면 60세 이전에도 연금을 받는다. 여성은 50세, 남성은 55세만 넘으면 된다. 위험업종에는 폭발물 처리 전문가나 광부 같은 진짜 위험한 분야도 있지만 미용사, 라디오·TV 사회자도 포함돼 있다. 미용사는 몸에 해로운 염색약을 다룬다는 이유로, 사회자는 마이크에 묻을 수 있는 박테리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이유로 일찍부터 넉넉한 연금 혜택을 받는다. 그렇다고 연금 보험료를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더 많이 내지도 않는다. 낙천적인 그리스인의 모습이 충분히 상상히 가는 사회구조였다.


하루키는 이런 이유로 그리스를 두 얼굴을 가진 나라로 봤다. 여유는 넘치지만 연금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지 않고 활기를 잃어버린 나라.


하루키의 우려가 괜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스는 유럽의 골칫거리가 됐다. 나라 살림이 거덜 났기 때문이다. 이런 방만한 나라 살림을 견제할 장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유로존(유로화 단일 통화를 쓰는 16개국)은 ‘단일 통화정책-국가별 재정정책’ 체제다. 돈은 통일시켰지만 나라 살림을 통합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안정성장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을 맺었다.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와 6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협약이다. 이 견제장치는 그러나 작동되지 않았다. 그리스는 물론이고 프랑스·독일도 재정규율을 여러 차례 위반했지만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위기의 씨앗은 이렇게 뿌려진 것이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부도난 경우는 꽤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824∼2004년 중에 나라가 부도가 난 경우는 총 257건이나 됐다. 시기적으로는 1980년대에, 지역적으로는 중남미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 중 1970∼2002년 중 부도가 발생한 47개국을 분석한 결과 부도 발생 직전연도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5%, 총대외부채비율은 54.7%, 경상수지 적자비율은 4.3%로 나타났다. 부도상태가 지속되는 기간 중 부채비율은 모두 상승했으나 경상수지적자비율은 현저히 축소(GDP 대비 4.3%→2.6%)됐다.


여기에 더해 국가부도가 나면 정부 지지도 하락, 재무장관 교체 등 정치적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1998년 8월17일 모든 루블화표시 채권의 상환기간을 90일간 연장한다는 지불유예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러시아의 경우 일주일만인 23일 세르게이 크리엔코 재무장관이 사임했다.


그리고 1년 후인 99년 12월 말에 옐친 대통령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말에 국가부도를 선언하기 전후로 해서 까발로 재무장관, 델라루아 대통령이 사임했다. 이어 대통령에 취임한 로드리게스 사아 대통령도 2002년 1월에 바로 사임하는 등 정정 불안이 계속됐다.


한국의 나라 살림은 아직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 앞으로도 고령화로 인해 나랏돈 씀씀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과 같이 돈이 많이 드는 대형 국책사업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제는 나라 살림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나라 살림이 건전해야 국민도 걱정이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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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37호(201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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