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개발사업을 이끌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판교 알파돔 시티 등 굵직한 PF 사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2조원대 규모의 양재동 복합터미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9일 급기야 파산신청에 이르렀다.
PF사업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2008년 9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자금조달 창구가 막혀버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10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공모형 PF사업은 총 50여 건으로 전체 사업규모가 1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0여 곳은 이미 사업이 중단 또는 취소됐고, 나머지 대부분도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꼽히는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지난 6일 일부 출자사의 중재안을 건설 컨소시엄이 거부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자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것이다.
금융기관은 건설사들이 어떠한 조건에서도 책임준공을 하고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며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자금조달의 책임을 떠안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용산 사업에는 건설 컨소시엄 17개사를 비롯해 총 30개의 투자자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공제회, 롯데건설 등 16개 컨소시엄과 민관합동 공모형 PF 사업으로 진행 중인 성남 판교 '알파돔시티'도 장기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알파돔시티는 판교신도시 중심상업용지 14만2천150㎡ 부지에 주거, 상업, 업무시설이 혼합된 복합단지를 짓는 것으로, 총 사업비가 5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판교신도시의 유명세를 타고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했던 이 사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의 지급보증 거부로 자금조달에 빨간불이 켜지며 2조5천580억원의 땅값 가운데 중도금 전액을 미납한 상태다.
LH는 중도금 납부 유예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중도금이 입금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업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옛 인천대 주변 재개발 사업인 도화지구 PF사업과 경기도 일산 한류우드2구역 PF 사업, 인천 송도 인천타워 사업, 광교비즈니스파크 조성 사업 등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 대출을 일으키기 위해 관행처럼 해온 지급보증을 꺼리면서 PF사업 대부분이 휘청거리고 있다"며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초대형 프로젝트는 자칫 잘못 발을 담갔다가는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어느 회사도 사업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각종 PF 사업들이 좌초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익명을 원한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6년을 전후해 사업시행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PF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것도 문제였다"며 "지금이라도 옥석을 가려 사업을 추진할 것은 하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