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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기자실] 납세이행비용 늘리는 세무검증제 국민 신뢰 못받아

      남 성 환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최근 정부가 ‘세무검증제’ 도입을 추진하자 세무사업계와 검증 대상 전문직종이 강력 반발하면서 조세업계 최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세무검증제는 의사, 변호사 등 소위 고소득전문직과 현금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의 사업자는 세금신고 전에 세무사, 세무법인, 회계사, 회계법인 등에 장부작성 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검증받도록 하는 것이다. 세무검증 대상 사업자는 종합소득세 신고시 과세표준신고서 외에도 세무사가 작성한 ‘검증확인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취지는 고소득 전문직의 납세순응도가 떨어져, 즉 소득탈루율이 높아, 이를 바로 잡고 조세수입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탈세가 많은데 신고 후 세무조사를 통해 색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니 신고 전에 탈루 등을 잡아내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의 탈세문제가 언론에 자주 부각돼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일반 국민의 고개를 끄덕여지게 한다. 고소득에다 사회지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전문직에 대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사회적 정서도 여전히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무사업계와 전문직종에서는 왜 이러한 ‘세무검증제’의 도입에 강렬하게 반발하는가. 제도 추진방안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주장이 단순한 직역이기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세무검증제는 정부가 납세자를 불신하고 행정편의를 위해 납세자에게 어느 정도 부담을 지워도 된다는 위험한 사고에 바탕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띠고 있다.


첫째, 세무검증제는 고소득전문직 나아가 납세자는 ‘불성실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성실성 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이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의 소득탈루율 조사 결과치를 보면 현금수입업종은 46.6%, 기타업종은 44.6%인데 이번 세무검증의 직접적 대상인 전문직종은 그 절반 정도인 26.5%에 불과했다.


통계치가 이런데도 전문직종이 탈세집단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쳐지게 된 것은 세무조사 결과 발표 때마다 전문직의 탈세유형을 제시하면서 부각시킨 때문이라는 이들의 항변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자의적 판단으로 검증 대상을 잡은 것과 함께, 신고 전에 검증받도록 한 것은 신고납세제도의 근본적 취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5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등의 배제 사유가 없는 한 납세자는 성실하며, 제출한 신고서 등이 진실한 것으로 추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확정해 신고하도록 하는 민주적 납세방식이 대부분의 세목에서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를 대신한 사인(私人)이 신고 전에 신고할 내용을 검증하는 세무검증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납세자는 불성실하다’는 전제하에 제도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납세자에 신뢰받는 민주적 세정의 구현’은 요원하다.


둘째, 국가사무를 사인에 위임·위탁하면서 납세자에게 납세이행비용을 전가하겠다는 것은 납세자를 무시하는 것으로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세무검증제는 세무신고 투명화를 통해 소득탈루를 미연에 방지하고 이를 통해 부수적으로 세수도 확대하고자 하는 게 기본적 취지다. 사업자의 2∼3%에 불과한 세무조사의 한계를 신고 전에 미리 걸러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무검증 비용은 검증을 받는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납세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검증비용의 50% 정도를 세액공제 해주고, 성실사업자에 준하는 의료비·교육비 공제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의료비·교육비 공제의 경우는 일률적 적용도 되지 않고 혜택의 정도도 가늠할 수 없어 납세자가 기대하기 힘든 부분이다.  


세무조사에 버금가는 세무간섭(세무검증)을 매년 받으면서 납세자에게 그 비용까지 부담하라는 것은 납세자에게 너무 가혹하다. 설사 세무검증제가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검증비용은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맞다.


국가를 대신한 세무사가 세무검증을 실시함으로써 추가로 세수가 확보되는데 검증을 받는 납세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모순이다.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 이중의 덕을 보겠다는 심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납세자는 불성실하다’는 사고와 검증비용을 납세자에게 전가하겠다는 방안이 수정되지 않는다면 세무검증제는 국민의 신뢰는 커녕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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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38호(20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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