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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704]
신고검증제와 세무검증제의 차이와 세무검증제의 문제점

김 완 일

본회 연구이사

 

1. 세무검증제 도입경위
지난 8월 9일 정부는 고소득 전문직 등에게 세무검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실시하였다. 이 날 공청회에서 관련 단체와 기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금년도 세제개편안에 세무검증제를 반영하는 것으로 결정하여 세정, 납세자, 세무사업계에 많은 우려를 던지고 있다.


공청회에서는 정부방안에 대한 설명이 미비하였고, 각 토론자가 자신의 논지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는 점에서 세무검증제와 신고검증제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세무검증제와 우리 세무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신고검증제는 그 태생을 달리할 뿐만 아니라 본질적 내용이 다르다.


세무검증제는 본래 청와대에서 세수확보방안으로 제시된 ‘고소득 전문직 과표양성화 방안’에서 기인한다. 청와대에 따르면 현재 고소득 전문직인 의사의 경우만 해도 납세의식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며, 가공경비를 통해 한해 많은 액수의 세수가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는 세무사가 이를 유도하거나 묵인하기 때문으로 청와대는 보았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납세자에 대한 기장과 세무조정을 각각 다른 세무사가 수행(교차 세무조정)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국세청에 의한 세무사 관리·감독과 징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에 우리 회는 세무조정은 세무회계에 기초하여 세법에 따라 세액을 계산하는 것이고, 장부의 기초가 되는 과세자료의 진의 여부를 검증하는 업무가 아니므로 두 가지 업무를 분리하는 것은 실효성 없이 불필요한 규제를 신설하는 것이라고 설득하였다. 또한 관련 부처에서도 법해석 및 실무적 입장을 이해하고 이러한 점을 어느 정도 해명해 주었지만 청와대의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청와대가 의도하는 기장과 세무조정의 동시수행 금지는 법체계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안에 고심하면서 우리 회에도 그 대안을 촉구하였던 것이다.

 

2. 신고검증제와 세무검증제
우리 회는 이같은 교차 세무조정은 아무런 정책적 실효성 없이 세무사업계의 혼란만 야기시키는 것으로 보고, 그 대안으로 신고검증제의 도입을 건의하였다. 본래 신고검증제는 이미 우리 회와 중소기업중앙회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던 것이었다.


우리회가 제시하였던 신고검증제는 납세자가 조세신고 이후에 조세전문가에게 신고내용을 검증받도록 하여 과세관청의 세무간섭(세무조사 등)에 의한 불편과 불안을 사전에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납세편의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세무검증제’는 ‘신고검증제’와 그 명칭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본질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신고검증은 검증을 원하는 자가 조세신고 이후에 검증을 받도록 하는 것이지만, 세무검증은 특정 대상자가 조세신고 이전에 강제적으로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더구나 사실상 세무조사를 면제하여 주는 신고검증제와 달리 세무검증제는 검증에 불구하고 다시 세무조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3. 정부 세무검증제의 문제점
이와 같이 특정대상에 대하여 조세신고 이전에 검증을 강제하는 세무검증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제도 도입의 전제에 대한 오해가 있다.


세무검증제도는 고소득 전문직 사업자가 일반적으로 탈루혐의가 크다는 것을 전제로 도입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국세청이 지난 3년간(2005∼2007년) 탈루혐의가 큰 고소득 자영업자 130명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학원·웨딩홀 등 현금수입업종의 소득탈루율이 46.7%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전문직 사업자의 경우 소득 탈루율이 26.5%로 낮게 나타났다.(국세청 보도자료, 2010.9.25)


이와 같이 전문직이 기타 업종 또는 현금수입업종 보다 특별히 불성실하다는 전제 사실에 대하여 근거가 없다.


둘째, 신고납세제도의 입법취지와 부합되지 않는다.


본래 신고납세제도는 과세내용에 관하여 가장 잘 알고 있는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확정하도록 하는 민주적 자율 납세방식이다. 그런데 세무검증은 신고 및 납세의무 확정 전에 타인에 의해 과세자료를 검증받도록 강제하는 것이므로 납세의무자 스스로 납세의무를 확정할 수 없게 하므로 신고납세제도의 근본적 취지에 반하게 된다.


현재 세무사가 조력하는 세무조정은 납세자가 제시하는 수입금액 및 비용에 대하여 세법에 정하여진 바대로 세액을 계산하는 것으로 과세자료 자체에 대해 검증하는 것이 아닌 반면, 세무검증은 수입금액 및 비용 등에 대한 사실 여부까지 타인에게 검증받도록 함으로써 납세의무 이행과정에서 납세의무자의 역할을 사실상 배제하게 되어 ‘자율적 자기부과방식’이 그 핵심이 되는 신고납세제도에 반하게 된다.


셋째, 세무검증제도는 ‘납세자 성실성 추정의 원칙’에 위배하게 된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 5에서 정하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등의 배제사유가 없는 한 납세자는 성실하며, 제출한 신고서 등이 진실한 것으로 추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무검증은 특정 대상의 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이행과 관련되는 일련의 행위가 이미 불성실하다는 전제로 도입된 제도이다. 또한 정부의 세무검증제는 사업용 계좌, 복식부기의무 등과 같이 납세자에게 납세의무 이행과 관련하여 그 성실성을 유도하거나 강화시키기 위한 차원의 납세이행의무가 아니며, 납세자로서의 성실성을 처음부터 부인(불신)하는 제도이므로 ‘납세자 성실성 추정의 원칙’을 위배하게 된다.


넷째, 세무검증제는 특정 업종에 대해 특별한 근거 또는 명분없이 다른 개인사업자 및 법인과 차별함으로써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


조세평등주의라는 것은 조세법의 입법은 물론 그 해석·적용에 있어서 조세부담이 국민들 사이에 공평하게 배분되고, 당사자로서의 국민은 각종의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도 평등하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세무검증제는 결국 다른 납세자와 달리 ‘성실성 추정의 원칙’이 배제되고, 과중한 납세이행비용과 더불어 상당기간 동안 세무검증에 협력하여야 할 의무를 강제로 부담하게 되는데, 이 경우 세무검증의 대상이 되는 집단과 그 대상이 되지 않는 집단간에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게 된다.


다섯째, 세무검증은 불합리한 이중적인 세무간섭제도이다.


납세자는 납세의무이행 과정 전반에 대하여 그 성실성을 추정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세무검증제는 이를 배제하고 타인에게 그 성실성을 강제로 검증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세무검증을 받은 자는 일부 보완적으로 운영되는 ‘무작위 추출방식에 의한 조사’만을 면제받을 뿐이므로 언제든지 ‘성실도 분석에 의한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이중 조사’를 받게 하는 것이다.


여섯째, 과중한 책임과 의무에도 불구하고 대상 업종에 대한 혜택이 너무 부실하다.


세무검증을 받은 자는 다른 사업자에 비하여 사실상의 불성실의 추정을 받으면서, 성실성을 증명한 자료를 제출하고 이에 대한 확인서를 납세의무자가 작성하여 사후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등 검증과정에서 상당한 납세이행의무와 법적 책임이 귀속된다. 또한 국가가 세무검증을 강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납세이행비용의 상당부분(50%)을 납세자에게 전가하여 금전적으로도 새로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곱째, 세무검증제는 정부가 책임져야 할 과표양성화의 부담을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제도이다.


특히 현재 현금수입업종 및 전문직의 경우에는 현금영수증제도, 수입금액 명세서 제출, 현금영수증 미교부 과태료 제도 등을 통하여 이미 상당수준의 과표양성화 부담이 부여(지난 4월 시행)된 후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부담을 지우는 것은 과표양성화의 부담을 납세자에게 무리하게 전가하는 것으로 행정편의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4. 추후 일정


정부가 제안한 세무검증제는 특정 대상업종을 불성실 납세자로 전제하고 조세신고 이전에 과세자료에 대한 검증을 강제하는 제도이다. 납세자에 대한 성실성 추정은 배제되고, 자율적 자기부과방식인 신고납세제도에도 부합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공청회에서 불거진 문제점에 대해 충분한 해명없이 이를 올해 세제개편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앞으로 관련 법안에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고 심의되는 과정에서 관련 업종과 단체의 반대는 물론 시민단체, 그리고 학계의 문제점 제시로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세무검증제의 추진을 명확히 한 만큼, 정부안 입안과정과 국회 심의과정에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한편,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정부입법의 문제점이 해소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무사신문 제538호 (2010.8.17)

 

 [조회: 3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