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이 국회 상임위 심의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바뀔 세법의 골격이 다듬어졌다.
하지만 원안이 손질되거나 아예 무산된 것이 많아 정부안의 위상이 흔들리고 국회의 입법권이 강해지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2년째 추진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안은 관철되지 못했고 전문직 세무검증제도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이었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살아남긴 했지만 원안이 훼손됐다.
의원입법으로 상정된 소득세.법인세 최고구간에 대한 감세 철회 법안은 막판까지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다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내년으로 미뤘다.
특히 애초 1조9천억원으로 예상했던 개편안의 세수 증가 효과는 국회를 거치면서 1조3천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재정 건전성 회복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소득.법인세 감세조정 내년으로 미뤄
이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세법 심의에서 최대 쟁점은 현 정부 감세정책의 핵심인 소득세.법인세 세율인하 조치 가운데 최고구간에 대한 감세철회 문제였다.
지난해 국회에서 최고구간 세율 인하 시기를 2012년으로 2년 늦춘데 이어 다시 부자감세 논란에 재정 건전성 우려까지 겹치면서 야당에서 철회안을 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각 4개와 2개인 소득세와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에 최고구간을 하나 만들자는 안까지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이뤄졌다.
특히 소득세를 놓고는 내년에 재논의하자는 정부 입장과, 8천800만원인 최고구간 위에 1억2천만원 또는 1억원 초과 구간을 만들어 세율 35%를 매기자는 한나라당 절충안, 아예 최고구간 세율인하계획을 철회하자는 민주당 입장 등이 맞섰다.
결국 법인세 개정안을 내년에 다시 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데 이어 7일 소득세 개정안도 상임위에 계류시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여야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인하시기가 2012년인 만큼 내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소득.법인세율은 올해와 동일하게 적용되고 정부도 감세정책의 핵심을 일단 지킬 수 있게 됐지만 내년에도 '감세 철회' 또는 '부자 증세'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또 살아남은 임투..고용창출투자공제 형해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1982년 처음 도입된 이후 5차에 걸쳐 21년 동안 시행돼 '상시' 투자세액공제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강한 '생존력'을 보여주며 내년에도 살아남게 됐다.
다만, 투자액의 7%를 법인세와 소득세에서 공제해주던 것을 내년에는 지방·중소기업 투자분에 대해서는 5%로, 과밀억제권역외 수도권 대기업에 대해서는 4%로 낮추기로 했다.
임투공제의 연장에 따라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역점을 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대폭 손질돼 임투공제의 보조수단으로 전락했다.
정부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의 지역에 한해 고용인원 1명당 1천만원(청년은 1천500만원)씩 공제하며 공제율을 7%로 제한하기로 했으나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1명당 공제액은 그대로 두되 공제율은 1%로 낮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수도권(과밀억제권역 외)의 대기업은 임투공제 4%와 고용창출투자공제 1%를 더해 투자액의 5%까지 공제되고 지방과 중소기업 투자분은 6%까지 공제된다.
아울러 임투공제와 고용창출투자공제는 각각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함에 따라 내년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감세 조정 문제와 함께 고용창출투자공제를 늘리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임투공제 폐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당정협의도 거쳤는데 무산돼 안타깝다"며 "다만 공제율이 줄고 고용창출투자공제가 반영된 성과도 적지 않아 내년에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는 임투공제 폐지에 따라 세수가 1조5천억원 늘고 고용유발투자 세액공제 신설로 5천억원이 줄어드는 등 세제개편에 따라 내년 세수가 1조9천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국회를 거치면서 세수증가분이 6천억원이 줄어 재정건전성 회복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