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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기자실>토끼의 지혜와 `레종데트르'

 

        김 병 수
        연합뉴스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의 아쉬움과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새 출발을 다짐하는 `결의의 순간'이다. 설령 작심삼일에 그치더라도 초심만큼은 비장하고 확신에 차 있는 게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새해는 `토끼의 해'. 새해 벽두에 선 모두의 머릿속에는 별주부의 꾀임에 빠져 용궁에 갔다가 죽음 앞에서 기지를 발휘해 무사히 탈출했던 이야기속 토끼의 지혜를 닮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새로운 한 해의 출발선에 선 모두의 마음속에서 `희망의 불꽃'이 작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외부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아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상황이 용왕에게 간을 빼앗기고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인 토끼의 신세와 하등 다를 게 없어보인다.


작년 하반기 이후 한국사회를 사로잡았던 `공정사회'라는 화두가 새해에도 그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선 오히려 `공정의 칼날'이 더 거세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국세청을 비롯해 각 정부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공정사회'가 이젠 논쟁이 아닌 행동의 대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세무업계도 `공정사회론'이라는 사회적 격랑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금과 공정사회가 얼마나 연관이 깊은지는 이미 `4억 명품녀 논란'에서 입증됐다. 당시 방송이 나가자 많은 네티즌들은 국세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증여나 상속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과세를 주장했었다.


이현동 국세청장이 지난 10월19일 법무법인·회계법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취임 이후 5개월간 은둔형 업무스타일을 보여온 이현동 청장이 공개적으로 대외활동을 한 것은 그 간담회가 유일하다.


이 청장은 심지어 같은 건물에서 지내는 국세청 출입기자들과도 공식적, 공개적인 만남을 심하다고 할 정도로 피하고 있다. 그는 취임날 한 차례 기자실을 방문한 뒤 지난달 22일 송년모임을 가진 게 기자들과의 공식 대좌의 전부다. 기관장들에게 통과의례인 `취임 100일 간담회'조차 없었다. 세정을 책임진 사람이 자꾸 언론에 노출돼 입을 열면 국민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이 청장이 유일한 대외행사로 세무대리 관련 법인들과의 대화를 택한 이유가 뭘까. 해답은 그의 발언내용에 있다. 이 청장은 당시 이들 법인들이 `을의 입장'에서 1차적으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면서도 세무대리인으로서의 `공적 기능'을 강조했다. 뒤이어 국세청은 앞으로 대기업·대주주의 탈세나 불성실 소득신고 등을 도운 세무대리인에 대해 조세범 처벌에 관한 법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 엄정처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대부분의 세무대리인들이 `공정세정의 중간 보루'로서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이현동 청장이나 국민들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해외재산도피나 탈세사건을 접할 때마다 세무대리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과연 저런 지능적·고의적 탈세나 불성실 신고가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을 갖는 게 사실이다.


이 청장도 "아쉽게도 그간 회계·법무법인들이 세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하거나 입법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문구해석으로 탈세나 조세회피행위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데블스 애드보캣(Devil's Advocate.악마의 변호인)'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의미는 로마 가톨릭의 '시성식(Canonization)'에서 성인 후보자로 지목된 사람의 성품이나, 행적 등 자질을 파고들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성인으로 추대되는 것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부정과 불의를 직·간접적으로 돕거나 어떤 이유에서든 이들을 옹호해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더 자주 쓰인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공명정대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기본심성의 한구석에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의 변호인'도 마다하지 않는 `욕심'이 자라는 게 아닌가 싶다.


세무업계도 날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세무대리인하면 우선 세무사를 떠올렸던 시대도 이미 지난 듯하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숫자가 급격히 늘면서 세무대리 업무를 전업으로 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에 처할수록 근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새해 아침에 곰곰이 `레종데트르(Raison d'etre.존재의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하는 이유다.


작은 욕심이나 허영심에 눈이 멀어 용궁으로 유인돼 죽음의 위기를 맞는 토끼가 될 것인지, 초심으로 돌아가 죽음의 위기를 모면하고 제2의 삶을 얻어내는 지혜를 발휘한 토끼가 될 것인지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47호(2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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