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부실한 공시관리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산 데 이어 코스닥 상장폐지 심사위원들의 금품수수 사건으로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을 지낸 공인회계사 2명이 심사위원 시절 심사대상 코스닥 상장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23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힌 김모(47)씨와 조모(43)씨가 그들이다.
김씨는 상장폐지 심사위원이던 2009년 5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에 `다른 위원들에게 로비해 상장폐지를 막아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해 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도 심사위원으로 있던 같은 해 4월 다른 기업으로부터 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적격 인사들을 심사위원에 앉혔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거래소는 "김씨와 조씨는 2009년 2월 심사위원으로 위촉했으나 김씨는 소속 회계법인이 같은 해 9월 허위감사로 영업정지되자 해촉했고 조씨도 검찰에 구속돼 해임된 사실이 파악된 8월 해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거래소는 김씨와 조씨가 임원들에 대한 로비를 전제로 한창 금품수수 행각을 벌이고 있었을 무렵에도 이를 자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상장폐지 심사위가 운영되는 방식도 심사위가 적격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거래소는 20명의 심사위원을 정하고 상장폐지 관련 사안이 생기면 이들 가운데 8명으로 회의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다.
이 가운데 거래소 임원과 검찰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외부 인사들이며 임기는 2년이다.
문제는 대부분 변호사나 회계사인 외부 인사들을 심사위원에 위촉할 때 적용되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전문성과 도덕성을 가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인사' 정도의 추상적인 기준이 있을 뿐이어서 부적격 인사를 솎아낼 체계적인 시스템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상장폐지 심사위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심사위원 선정을 위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고섬[950070]의 지연 공시와 제일창업투자의 공시 번복 소동으로 물의를 빚은 거래소는 이번 일까지 겹쳐 신뢰 회복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