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받는 오리온그룹이 유명 화랑을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불법 비자금 조성 창구로 미술품 매매가 선호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오리온그룹은 2006년 서울 청담동 물류창고 부지에 고급빌라를 지으려는 시행사에 땅을 팔면서 매매가격을 낮춘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40억원을 빼돌린 뒤 서미갤러리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한 것처럼 '돈세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미갤러리는 2007년 말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때 삼성가(家)의 해외 미술품 구입을 대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곳이다. 감정가가 716만달러(약 86억원)에 이르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대표작 '행복한 눈물'의 거래처로도 유명세를 치렀다.
그렇다면 미술품 매매가 비자금 조성 창구로 선호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일단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미술품 거래자는 작품의 가격과 상관없이 양도소득세와 취득ㆍ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전혀 낼 필요가 없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원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몇 안되는 품목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미술품이다.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작품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팔렸는지 잘 드러나지 않고 수사기관의 추적도 그만큼 어려워져 자금 세탁이나 '준합법적인' 탈세 또는 뇌물의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작품을 사고파는 고객과 이를 대행해주는 화랑이 손잡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상속ㆍ증여 등 재산이동과 증식이 가능하다.
서미갤러리가 자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도 미술품 거래 고객에 대한 철저한 '비밀주의' 원칙에 따라 일처리를 하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다.
국회도 미술품 거래의 이런 부정적인 면을 고려해 6천만원 이상의 미술품 매매에는 양도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미술품 거래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밀려 법 시행을 2년간 유예한 상태다.
같은 맥락에서 미술품은 부동산과는 달리 현금화가 쉽고 보유기간에 따라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어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된다는 점, 재산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등도 음성적인 뒷거래를 원하는 이들의 '구미'를 당긴다.
검찰 관계자는 "재벌가에서 그림은 '그들만의 화폐'로 쓰인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