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제 시행 등 하급심 강화 노력에도 주요 형사사건 항소율이 60%대를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항소심의 관행적인 `형 깎아주기' 탓에 1심 재판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말이다. 사법부의 실질적인 체질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혐의가 징역·금고 1년 이상의 형사합의사건 피고인 1만8천393명 가운데 1만1천543명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율(항소인원/1심판결인원) 62.8%를 기록했다.
주요 형사사건 피고인 10명 중 6명 이상이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형사합의사건 항소율은 2007년 62.2%를 정점으로 2008년 55.4%로 주춤하는 듯했으나 다시 2009년 60.2%를 기록한 데 이어 2년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10~20% 수준인 미국, 일본 등의 형사재판 항소율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형사단독사건 항소율도 2007년 31.2%에서 2008년 30.4%, 2009년 29.8%로 안정세를 보이다 지난해 다시 31.0%로 상승했다.
이같은 항소율 상승에는 2009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미결구금일수(판결선고 전 구속기간)를 전부 형기(刑期)에 산입하게 돼 상소억제 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형량을 낮추고자 항소부터 하고 보자는 심리와 이를 유도하는 변호사업계의 업태, 항소하면 여러 이유를 들어 1심 형량을 깎아주는 법원의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데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형사사건의 1심 판결이 깨진 항소심 파기율(파기인원/2심판결인원)은 지난해 합의사건이 40.2%, 단독사건은 38.5%를 기록해 2009년의 40.9%와 40.4%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공판중심주의 정착과 양형기준제 도입 등 지속적인 하급심 강화 노력으로 상소심 파기율을 낮추는 등 성과를 거뒀으나 항소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불필요한 상소를 억제하고 필요한 사건에 재판 인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상소제도의 적절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