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된 세금의 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문제를 놓고 세정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서로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세 담당인 재정부는 정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비교적 긍정적인 반면 지방세 담당인 행안부는 국회 계류 중인 의원 입법안에 반대하면서 도입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일 재정부와 행안부에 따르면 재정부는 체납세액 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고액체납세액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제도 도입에 필요한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마련,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해 국회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위탁업무를 대행할 민간으로는 채권추심업 허가를 받은 신용정보업체가 우선 거론되고, 정부의 공매 대행 업무를 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행안부는 "체납세금 징수업무의 민간 위탁은 전혀 검토 대상이 아니다"며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작년 5월 민간위탁을 허용하기 위해 의원 발의로 국회에 제출된 지방세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다.
징수업무의 주체, 국세와 지방세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사례는 양 부처가 유사한 정책판단 대상을 놓고 판이한 해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정부는 신용정보업체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81조원 가량의 채권추심 업무를 수행하고 전국적 네트워크가 구축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업무위탁에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을 어느 정도 축적했다고 보고 있다.
민간의 노하우를 활용하면 능력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는 체납세액자들에 대한 회수율을 높일 수 있고,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대의명분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반면 행안부는 민간에 추심업무를 위탁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과도한 추심행위로 인해 체납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또 지방세법상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민간위탁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징수업무 민간위탁 시 실정법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간위탁 시 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재정부는 회수율 증대로 투입된 비용을 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한 반면 행안부는 징수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민간단체 사이에서도 입장차가 팽팽하다.
추심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신용정보협회는 "위탁업무는 편지 안내, 전화독촉, 방문컨설팅, 재산조사, 변제촉구 등 사실행위에 국한되고, 독촉, 압류, 공매 등 행정처분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인권침해의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협회는 체납 지방세부터 민간위탁을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납세자연맹은 "체납자의 정보가 1년 이상 장기간 민간에 제공되는데 따른 납세자의 권리침해와 사생활 위협은 심각한 문제"라며 "민간위탁은 미국 국세청도 3년 만에 위탁을 중단할 정도로 실패한 제도"라고 반대하고 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말 기준 미정리 체납액은 지방세가 부과액(49조7천317억원)의 6.9%인 3조4천96억원, 국세는 부과액 229조9천547억원의 1.8%인 4조1천82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