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이 소득세ㆍ법인세 최고구간 감세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명박 정부의 대표 정책인 감세가 결국 반쪽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현 단계에서는 최고구간 세율인하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감세 철회를 당론으로 공식화한다면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감세를 철회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가을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나라당발 감세철회 발언..여야 철회 공감대 주목
한나라당 내에서의 감세 철회 발언은 처음은 아니다. 작년에도 일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 의장이 나서면서 상황을 달라졌다.
황우여 새 원내대표는 9일 여권 내 추가감세 철회 논란에 대해 "대학 등록금, 젊은 부부의 육아와 주택마련, 지역 문제 등을 해소하려면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전제하고 "이 시점에 추가감세를 철회하고 세계잉여금과 함께 10조원 정도를 만들면 정책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주영 정책위 의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은 지난 4일 과세표준 2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에 대한 세율은 20%로, 100억원 초과는 22%로 조정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내년부터 과세표준 2억원 초과분의 법인세율을 일괄적으로 22%에서 20%로 낮추도록 하고 있다.
이런 여당 내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야당에서 감세 철회를 요구하며 소득세법ㆍ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한데 이어 나온 만큼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 "감세기조 유지..향후 논의 가능"
소득세ㆍ법인세 감세는 이명박(MB)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었지만 그 최고구간에 대한 세율 인하의 경우 '부자감세' 역풍 탓에 해마다 논란이 됐다.
소득세만 봐도 2008년 9월 MB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은 4개 과표 구간에 걸쳐 8-17-26-35%이던 세율을 구간별로 2009년과 2010년에 1%포인트씩 2년에 걸쳐 모두 2%포인트 내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해 국회에서 최고구간에 대해선 시행시기를 2010년으로 늦춰 한 번에 2%포인트를 내리는 것으로 바뀌었고 2009년에는 최고구간 인하시기를 추가로 2년 미뤄 2012년으로 늦췄다.
작년 국회에서도 야당의 최고구간 감세 철회 요구가 거셌지만, 올해 국회에서 논의하는 쪽으로 봉합됐다. 법인세 최고구간 역시 똑같은 상황을 겪어왔다.
정부는 한나라당 측 입장에 대해 현재로서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방문규 대변인은 이날 "지금으로선 정부가 예정된 정책을 바꾸겠다고 말하기 어려워 감면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황 원내대표 등의 발언을 아직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으로 보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는 그러나 "향후 여론 수렴과정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감세 철회를 당론으로 정할 경우 국회에서 방향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야당에 이어 여당 내부에서 감세철회론이 힘을 받으면서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가을 정기국회에서 소득세ㆍ법인세 최고구간에 대한 감세 철회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경우 실질적으로는 감세철회이기도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부자증세'가 된다. 이미 나머지 과세표준 구간에서 감세혜택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로 명시한 최고구간의 감세계획을 지우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감세론자로 분류되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입장도 주목된다. 박 내정자는 2008년 국정기획수석 시절에 "최근 3년 사이 대부분 국가가 법인세, 소득세 등을 낮췄으며 이는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이른바 조세 경쟁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재정난을 타개하고자 일부 국가에서 증세가 이뤄진 상황을 고려하면 입장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을 국회에서 최고구간 감세가 철회된다면 이른바 MB노믹스의 상징인 감세정책은 '반쪽'에 그치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