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영 철
국세신문 편집부국장
고소득자영업자에 태풍의 눈 ‘세무검증제’가 이름만 살짝 바뀌어 ‘성실신고확인제’로 다가오고 있다. 야누스의 얼굴이다.
한쪽은 장밋빛이고 또 한쪽은 달갑지 않은 손님의 얼굴이다.
정부의 공정사회구현과 공평과세 의지로 강력하게 밀어 붙이는 성실신고확인제도는 마치 세무사-납세자간 “사랑을 따르자니 돈이 울고 돈을 따르자니 사랑이 운다”는 식의 미묘한 갈등이 연출되고 있다.
바꿔 말한다면 그만큼 세무사업계 분위기도 찬반양론으로 나누어져 마냥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5일 산통 끝에 국회를 통과한 성실신고 확인제는 구체적인 시행령을 만들어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아직 시행령이 공개된 것이 없기 때문에 개정안에 나타난 골격(모법)밖에는 몰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세무사들이 궁금해 하는 핵심은 ▲매출 누락 등 불성실신고에 대한 책임문제 ▲체크리스트 ▲검증수수료 비현실화 등으로 요약 된다.
검증수수료 비현실적
핵심 사항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은 매출누락이다. 이 부분은 납세순응도가 담보되지 않고서는 세무사 역량만으로 성실신고를 일구어 낼 수 없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납세자가 매출액 100% 중 50%만을 장부기장하고 나머지를 누락시켰을 경우 검증세무사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즉, 체크리스트에 나타난 기본에 충실한 경우 사후에 납세자에게 문제가 발생했다하더라도 검증을 맡았던 세무대리인에게는 책임을 묻거나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업무지침에 명확하게 명시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의 걱정은 기획재정부는 납세자가 세무대리인에게 지출한 성실신고확인 수임료 부담을 덜어 주기위해 검증비용의 60%까지를 100만원 한도내에서 세액에서 공제해 주도록 했다. 따라서 세무대리인이 보장받을 수 있는 수임료 최고액은 167만원이 된다.
이 처럼 수임보수는 낮은 편인데 반면 패널티는 높다.
당초 이 제도를 도입한 기획재정부는 5억원 이상의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고소득 자영업자 의사, 변호사 등을 대상으로 잡았으나, 특정업종의 탈루 부도덕 논란에 부딪혀 모든 고소득 자영업자로 확대했다.
체크리스트와 책임한계선 따져야
시행 첫해 성실신고확인 대상은 고소득 자영업자 4만6000여명으로 잡고 있다. 업종별 차등 부여기준은 복식부기의무자와 외부세무조정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에 준하도록 했다.
따라서 업종별 신고대상은 광업, 도소매, 부동산매매업은 30억원 이상, 제조업, 음식숙박업, 전기가스, 건설업 등은 15억원 이상,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7억5000만원 이상이다.
납세자 미신고 때는 가산세 5%와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 시키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세무대리인이 기한내 확인서를 제출치 않으면 5%의 가산세를 부담하도록 했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마련 중인 체크리스트는
△직전 3개년 재무제표 변동내역 △3만원 초과 거래 중 적격증빙이 없는 비용명세 △특수관계자에 대한 인건비 지급명세 △10만원 초과거래 중 현금지출 비용 명세 △차량유지비 △통신비 △복리후생비 △접대비 등 19개 항목과 특이사항 기술서 등이 포함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위상제고 최대의 기회
이제 성실신고확인제의 공은 세무사업계로 넘어 왔다. 대부분의 세무사는 건당 수임료는 최고한도에 묶여 있는데다 책임감은 너무 높다. 또 시행시기가 2012년 신고 분부터 적용하게 되면 2010년분 종합소득세를 내년 5월에 신고 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시행령이 마련 안 된 상태에서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년 연장해서 2012년도 분을 2013년 5월말에 신고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업무적 부담에 따른 득과 실 ▲세법이 안고 있는 법리적 문제▲체크리스트 상의 검증항목 외 파생되는 책임소재 ▲검증비용의 현실화▲세무사 징계수위 및 책임성 한계규정 등을 꼼꼼하게 챙겨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내야 한다.
특히 이번 제도는 난산의 아픔 끝에 태동했다. 신설세제인 만큼 문제점도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세무사의 위상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사(士)’자 돌림의 전문직 가운데 최고의 우월적 지위확보는 물론 향후 새로운 업무영역을 확보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54호(201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