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 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된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각 발표 뒤 11일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G20(주요20개국)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떠나게 된 윤증현 장관은 오랜 피로감을 떨치고 어깨가 가벼운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고, 후임 박 장관은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에 내정된 것의 책임을 느끼는 듯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였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8시 국무회의에 이어 9시에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 10여 분 일찍 참석해 타 부처 참석자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나서 재정부의 언론 스크랩북을 숙독하며 조용히 회의를 준비했다.
그는 기자가 "청문회 준비가 잘 되고 있느냐", "청문회 준비에 특별히 어려움은 없느냐" 등의 질문을 던지자 조용히 "예" "없습니다" 등의 짧은 대답만을 한 채 자리에서 회의 자료와 신문 스크랩북으로 눈을 돌렸다.
경제정책조정회의 의장인 윤 장관은 9시 정각에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등장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재무장관 회의 일정을 소화한 뒤 지난 주말 귀국한 그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나타나자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 타 부처 장관들은 "표정이 왜 이렇게 좋으시냐", "표정 관리 좀 하셔야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이에 윤 장관은 그의 표현대로 경제정책의 수장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가벼운 미소로 화답하고 옆자리의 후임자 박 장관과 악수로 인사를 나눴다.
윤 장관은 장관들의 덕담이 이어지자 "진수희 장관이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는 첫인사로 회의를 시작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윤 장관이 특별히 진 장관을 언급하며 인사를 대신한 것은 투자개방형(영리) 의료법인 도입 문제를 놓고 재정부와 복지부가 이견을 노출하며 대립각을 세워온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개각 직후 베트남 출장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국내적으로 9개 분야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작업을 좀더 빠른 속도로 진행 못한 것이 아쉬움 중 하나"라며 의료산업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박재완 장관의 자리는 윤 장관의 오른편 옆자리로, 선·후임 재정부 장관 간의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특별히 좌석배치가 이뤄졌다.
윤 장관은 회의 시작에 앞서 "오늘 회의가 제가 주재하는 마지막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재정부는 윤 장관의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회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로, 윤 장관이 오는 20~21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총회에 참석하기로 결정될 경우 이날 회의는 그가 주재하는 마지막 경제정책조정회의가 된다.
그는 "그동안 참으로 고맙고 여러분이 함께 고생이 많았다"며 감사의 뜻을 먼저 표한 뒤 "도와주신 덕택에 대과 없이 어려웠던 시절에 경제를 이만큼 회복시키고 떠나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물가 등 현안들이 산적해 마음이 무거운 측면도 있다"며 장관직을 내려놓는다는 홀가분함과 더불어 좀 더 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윤 장관은 이어 "여러 현안을 놓고 경륜 등 적임자인 박 장관이 뒤를 맡아줘 마음이 든든하다"며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있듯 내각 밖에서도 응원하겠다"고 했다. "여러 측면에서 전략적 요충에 해당하는 기로에 선 한국 경제를 위해 여러분이 힘을 내서 올바른 길로 가도록 노력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박 장관은 윤 장관의 인사말과 모두발언을 경청하며 어깨가 무거운 듯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그는 후임 재정부 장관으로서의 특별한 인사말이나 포부를 밝히는 발언은 삼간 채 회의안건인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 및 경쟁력 강화전략'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의 정책을 짤막하게 소개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9일 재정부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의 업무보고를 받은 박 장관은 이날은 고용부 장관으로서 일정을 소화한뒤 12일 예산실·세제실·재정관리협력관실·복권위원회 사무처, 13일 재정정책국·공공정책국·국고국·국제금융국·대외경제국 등 재정부 주요 실·국의 업무보고를 청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