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행정법원이 ‘2004년 이후에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세무사등록을 할 수 없고 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한 판결은 단적으로 ‘자동으로 취득한 세무사 자격으로는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와 동일한 세무업무가 부여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소송의 당사자인 이 모 변호사가 얻고자 했던 요체인 세무조정 업무의 수행과 관련해서는 세무 전문성이 없어 수행할 수 없다고 명확히 했다. 변호사법에 따른 ‘법률사무’ 범위에서 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조정 수행 여부가 핵심 =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하지 않은 변호사가 일반 벌률사무로서의 세무대리업무만 수행할 수 있고 세무조정을 비롯한 일부 세무대리업무를 할 수 없는 것으로 한 세무사법 규정은 정당하다고 했다.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은 세무실무의 핵심이 되는 ‘세무회계’업무로 변호사의 고유업무인 ‘법률사무’라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세무실무의 핵심적·전문적 영역을 전문성이 없는 타자격사에게 허용하는 것은 납세자에게 큰 피해를 주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2008년 세무사시험을 합격한 세무사와 변호사에 대한 조세 전문지식에 대한 확연한 차이를 인정하는 결정을 내놨다.
당시 헌재는 “세무사자격시험에서는 법률 과목보다 회계학·재정학·세무회계 등 비법률 과목의 비중이 크고 세법에 대한 심도있는 전문성이 강조되고 있는 반면, 사법시험에서는 회계학 등 조세실무 과목이 전혀 없고 조세법마저도 1차시험 선택과목 중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재는 “적어도 세무대리업무 중 실무적인 부분에 관하여는 사법시험이 세무사자격시험의 전문성을 포섭하거나 이를 대체할 정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므로 그 전문성에 차이가 있다고 보지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외부세무조정’은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의 정확한 조정 또는 성실한 납세를 위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자에게 조세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외부세무조정계산서를 첨부토록 강제된 제도이다. 그런데 세무전문성이 없는 자격사에게 외부세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제도도입의 취지에도 맞지않는 것이다.
세무사로 등록하지 않은 변호사에게 세무조정 업무를 허용할 경우 해당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 및 국세청의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납세자의 권익침해 우려도 있다.
◇2003년 세무사법 개정의 효력 발휘 = 변호사의 세무사등록 거부 처분에 서울행정법원이 손을 들어준 근거는 2003년에 개정된 세무사법의 ‘세무사명칭 사용금지’와 ‘세무사·세무대리 등록’ 등의 규정 때문이다.
당시 세무사회 정구정 회장은 6개월여에 걸쳐 변호사와 공인회계사회의 세무사자격 자동취득제도의 폐지를 위한 세무사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변호사가 다수인 국회 법사위의 반발로 2004년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는 세무사자동자격은 부여하되 세무사 명칭은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변질됐으며, 이 과정에서 세무사·세무대리 등록과 관련한 조항에서 변호사가 제외됐다. 변호사는 세무사법상으로 등록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진 것이다.
세무사자동자격 폐지의 세무사법 개정이 추진된 것은 세무사시험 합격자에 한해 세무사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의 세무대리는 자신의 명칭으로 하도록 하고자 함이었다. 업무수행에 대한 자격사별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도 이러한 자격사별 책임과 전문성이 강조되었고, 당시 개정된 등록관련 조항에 따라 해석한 것이다. 2003년의 세무사법 개정조항이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2003년 세무사법 개정규정의 효력은 2007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P모(某) 변호사가 세무사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세무사법’ 제20조 제2항이 직업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2008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을 때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헌재는 국가가 부여한 세무사라는 자격명칭의 공신력을 제고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한 자와 그 외의 세무사 자격소지자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합리적인 세무서비스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려는 입법목적은 정당하다며 P모(某)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사건을 기각한 바 있다.
세무사신문 제555호 (201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