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6일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퇴직자 고문알선 금지 등 자정을 결의한 것은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된 전관예우 논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전국 관서장 회의는 보통 연초에 열리지만 이날 회의가 이례적으로 소집된 것도 국세청의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국세청은 회의에서 퇴직공무원을 위한 현직공무원의 고문계약 알선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국세청공무원 행동강령'에 신설하고, 위반 시 엄격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현동 청장은 "국세공무원의 엄격한 자기절제가 공정사회 구현의 출발점"이라며 내외부의 알선ㆍ청탁 개입 금지, 직무 관계자와의 골프모임 자제 등을 특별히 당부했다.
본청과 각 지방청 대표들은 "일체의 부적절한 일에 관여하지 않고, 공사생활에서 엄격한 자기절제를 실천하자"고 결의했다.
이러한 결연한 선언의 배경으로는 최근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전관예우 논란을 들 수 있다. 특히 국민적 공분을 산 저축은행 부실사태 뒤에 금융업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금융검찰'인 금융감독원의 퇴직 간부에 대한 전관예우 문제가 핵심이다.
이들은 퇴직 후 저축은행이나 계열사의 감사 자리를 얻어낸 후 갖가지 로비 수단을 동원해 금감원 검사를 막는 `방패막이' 역할을 충실히 했다. 금감원은 뒤늦게 전·현직 임직원을 금융회사에 감사로 추천하는 `감사추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태세다.
국세청은 철저한 자성을 통해 부적절한 관행을 뿌리뽑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외부로부터 오해받을 수 있는 사례나 부적절한 관행은 없는지 스스로 성찰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에 체류할 때 대기업 등에서 수억원의 고문료를 받은 데 현직 간부가 개입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점을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자본금 50억원 이상, 매출 500억원 이상의 기업에 퇴직 전 3년 동안 관련 업무를 했던 공무원이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퇴직 전 3년간 취업하려는 회사와 관련되지 않는 업무를 맡거나 자본금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로펌 등에 취업하면 이 조항을 회피할 수 있다. 상당수 국세청 간부들도 퇴직 후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서 고문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세청이 퇴직공무원을 위한 현직공무원의 고문계약 알선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국세청공무원 행동강령'에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관행에 손을 대겠다는 뜻이다.
퇴직 공무원이 전문성을 살려 로펌 등으로 간다면 이를 막기 힘들지만 이 과정에서 현직 공무원이 개입하는 것만은 철저히 막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국세청은 이르면 이달 내에 국세청공무원 행동강령에 관련조항을 신설하고 위반 시 처벌 조항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국세청의 직원 직무감찰 등에서는 이 부분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극소수 공무원의 행태였다고 하더라도 잘못된 관행에 대한 불감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관련 조항을 철저히 이행해 공정과세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