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역외 탈세와의 전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도상선 권혁 회장에 이어 `카자흐스탄의 구리왕'으로 불리는 차용규 씨의 역외 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벌이면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차씨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삼성물산 측은 "정당한 경영 과정"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차씨, 카자흐스탄서 `대박'...삼성물산 "우리와는 무관"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차씨가 해외에서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으면서도 이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에 수익을 보존한 것은 명백한 역외 탈세라고 보고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차씨는 2005년에 런던 증시에 상장한 카자흐스탄의 구리 채굴업체 카자묵스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이를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당초 카자묵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직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 퇴사했으며, 이후 삼성물산으로부터 카작무스 지분을 매입한 `페리 파트너스'사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당시 삼성물산이 런던 증시 상장을 앞둔 카자묵스 지분을 왜 매각했는지, 헐값 매각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일면서 비자금 조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당시 구리시장의 전망 불투명, 급격한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경쟁력 저하, 환경기준 강화로 인한 막대한 비용 예상 등 카작무스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해서는 "1~2차 매각 대금을 비롯해 수년간 카자묵스의 위탁경영을 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또 "지분 매각을 앞둔 시점에 일부 외신에서 카작무스의 런던증시 상장이 예상된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대주주인 블라디미르 김 등에게 사실 여부를 문의해 카작무스 상장 계획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당시 차씨가 카자묵스의 지분 매각 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 조세피난처에 투자법인 등을 세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세청, 2개 핵심쟁점 해소에 힘쓸 듯
권 회장에 대한 과세와 마찬가지로 차씨에 대한 과세도 두 가지 사안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차씨가 소득세법상의 국내 거주자에 해당돼 과세할 수 있는지, 또 하나는 차씨가 소유한 국내의 차명 재산을 압류나 소송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지가 될 전망이다.
소득세법에는 `국내에 거소를 둔 기간이 2년에 걸쳐 1년 이상인 경우 국내에 거소를 둔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다. 이는 1년 중 6개월 미만을 살면 국내 거주자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차씨는 지분 매각 당시 국내 거주기간이 한달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득세법에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및 국내 소재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국내 거주자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있다.
만약 차씨 가족의 일부가 국내에서 거주하고 차씨가 국내 소재 자산을 사들여 보유하고 있다면 차씨를 실질적인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있어 과세 근거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또 다른 핵심 사안은 차씨가 국내 거주자로 판명될 경우 차씨의 국내 차명 재산에 대한 압류가 가능한지 여부이다.
차씨는 해외 조세피난처의 투자기업 등을 통해 국내에서 수천억원 어치의 부동산과 코스닥기업 관련 채권 등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대치동 상가, 도곡동 스포츠센터, 노원구 내 백화점, 부산시 소재 빌딩, 제주시 호텔 등이 거론되고 있다.
권혁 회장이 세금 납부를 거부한 후 국세청이 국내 재산에 대한 압류 절차에 들어갔지만 권 회장 명의의 재산이 거의 없는 것처럼, 차씨도 대부분 재산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국세청은 그 재산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차씨임을 밝혀낸 후 압류나 사해행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해 해당 재산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사해행위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피해를 줄 것을 알면서도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