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승섭 연합뉴스 기자
광화문에 우뚝 솟은 국세청 16층 본청 건물. 기업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다. 기업인들은 세무조사의 `세'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친다. 삼성그룹 세무조사 기사가 신문지상을 뒤덮은 것에서 알 수 있듯 국민들의 관심도 크다. 본청의 웅장한 석조 건물처럼 그 위엄도 대단한 것 같다.
그런데 국세청 본청 건물 일대를 돌아보면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바로 신축 공사 중인 오피스빌딩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일본대사관 바로 옆에 한국일보를 재건축한 빌딩이 새로 들어섰고, 그 바로 옆에도 새로운 빌딩이 올라가고 있다. 교보빌딩 뒤에도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며, 청진동 해장국집 골목은 길 양쪽에서 빌딩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다.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오피스빌딩 전문가는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광화문 일대에서 현재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인 높이 100m 이상 오피스빌딩이 6개 동에 달한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곰곰이 생각하면 그 답은 나온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의 최고 호황기는 2006∼2007년이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온통 부동산 얘기였다. 오피스빌딩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뛰었다. 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하나였다. 강남 아파트나 빌딩을 하나 사던가, 아니면 직접 짓던가.
시중자금은 부동산 투자에 몰려들었다. 자연히 도심 재개발이나 노후 건물 재건축을 통한 오피스빌딩 신축 계획도 우후죽순으로 추진됐다. 땅을 가진 사람은 땅을 팔아 좋고, 은행은 거액의 자금을 대출하며 이자놀음을 해서 좋고, 건설사는 대규모 공사를 수주해서 좋고. 모두가 좋고 행복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 시절은 끝나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했던 오피스빌딩 건립 계획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결과 올해부터는 완공되는 빌딩이 잇따라 나올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많은 오피스는 누구에게 임대해야 할까.
한 외국계 부동산관리회사의 임원은 이렇게 말한다. "광화문 일대 오피스빌딩 시장은 초토화될 것이다". 지금 지어지는 오피스빌딩의 상당수가 임차인을 찾지 못해 빈 사무실이 그득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 말은 현실화되고 있다. 벌써부터 광화문 일대 빌딩들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난리라는 얘기가 들린다.
광화문 일대만의 얘기일까. 필자가 사는 신도림의 지하철역 2번 출구를 나오면 거대한 테크노마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크게 지은 탓일까. 안에 들어가면 곳곳에 빈 상가가 널려 있고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역 1번 출구 바로 앞에는 또다시 거대한 쇼핑몰을 짓고 있다. 무얼 말하는 걸까. 부동산 거품은 서울 곳곳에 끼어있다는 얘기다.
세무사들이 왜 이런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나. 그럼 반대로 질문을 던져 보겠다. 세무사의 활동은 거시경제와는 무관한 걸까. 단순하게 생각하자. 세무사의 주요 고객은 기업 아닌가. 중요 고객이 어느 날 부도가 난다면. 사무실을 넓히려고 은행에 서 대출을 받았는데 갑자기 대출을 상환하라는 통지서가 날라온다면. 직원을 한 사람 더 고용했는데 갑자기 영업이 위축이 된다면.
쉽게 생각하지 못할 예측을 하나 해보자. 우리나라에서 중소형 빌딩을 가진 사람은 최고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다. 그런데 광화문이나 강남 일대 신축빌딩들이 다 지어져 본격적인 임대에 들어간다면. 임대가 잘 되지 않는다면 임대료를 낮출 수밖에 없다. 새로 지은 첨단 빌딩이 임대료를 낮춘다면 기존 노후 빌딩의 임차인들은 솔깃해진다. 상당수 임차인이 옮긴다면 기존 빌딩 주인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망하는 수밖에 없다. 괜히 겁주는 얘기 아니냐고. 바로 거품 경제가 꺼진 후 일본 전역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거품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잔뜩 낀 거품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GDP의 20%는 부동산과 관련이 있다. 20%를 차지하는 그 부문이 위축된다면. 광화문 일대에 우후죽순으로 짓던 오피스빌딩이 다 지어지고 더 이상 노가다를 고용하지 않는다면. 건축 원자재를 구매하지 않는다면. 개발회사가 은행 이자도 갚지 못한다면.
보수적인 경영을 권하고 싶다. 증시가 2,200을 넘어 사상 최고를 연일 경신하고 강남 아파트 가격이 다시 뛰어오르는 현상만을 보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필자의 아버지도 사업을 하시다가 98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결국 사업을 접으셨다. 외환위기 직전 사옥을 새로 짓고 확장경영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때만 잘 넘기셨다면 더 큰 기회를 잡으실 수 있으셨을텐데.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면 일단은 피해야 한다. 세무사 회원 여러분과 같은 오랜 경륜은 없지만 14년 기자생활의 대부분을 경제 분야에서 보낸 한 기자 나부랭이가 감히 한 말씀 드렸다.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셨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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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56호(201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