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한 `메가뱅크' 출현 가능성에 빨간불이 커지면서 대형 투자은행(IB) 탄생 역시 물 건너가는 듯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으로 대형 IB가 등장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실제로 올해 초만 해도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우증권[006800]과 우리투자증권[005940]의 인수합병설이 최근 거의 사그라졌다.
두 증권사의 인수합병설은 얼마 전만 해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대우증권의 지주사인 산은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의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를 일괄적으로 인수할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산은금융이 우리금융[053000] 매각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합병설에 더 큰 힘이 실렸다.
그러나 지난 1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산은금융의 우리금융 인수는 사실상 무산됐다. 우리금융 입찰에서 산은금융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은 결과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 촉진을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포기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혀 우리금융 민영화 자체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시가총액 2, 3위 증권사로 양사 시가총액을 합하면 1위인 삼성증권[016360]을 훌쩍 뛰어넘는다.
양사의 합병을 계기로 대형 IB 1호가 탄생하고 이에 자극받은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으로 2호, 3호가 연쇄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업계에서 유력시되던 IB 출현 시나리오였다.
정부가 주도하는 산은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대형 IB가 등장할 가능성도 결국 시장의 자율적인 움직임에 맡긴 셈이 됐다.
그러나 증권사들의 합종연횡이 자연스레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산업자본이나 은행 중심의 금융그룹에 소속돼 있는데 이들 그룹이 증권사를 대형화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산업자본이나 은행 중심의 그룹 안에서 증권사는 주요 사업 부문으로 간주하기 어려워서 대형 IB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이 나오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대형 IB의 등장은 결국 다음 정권에서나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시장에 충격을 줘 대형 IB를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일단 무산된 만큼 당분간 대형 IB 출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리한 IB 만들기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차기 정권에서나 다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