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대륙 서부에서 가장 큰 빙하인 파인 섬 빙하가 15년 전보다 50%나 빠른 속도로 녹아 해수면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과 영국 남극탐사단 과학자들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 보고서에서 파인 섬 빙하 전체가 전보다 훨씬 빠르게 밑에서부터 녹고 있으며 점점 커지는 빙상 밑 공간을 통해 따뜻한 바닷물이 드나들어 빙상의 해빙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 빙하는 현재 연간 4㎞의 속도로 바다로 흘러가고 있으며 지난 1994년에 비해 50%나 많은 연간 80㎦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지난 2009년 남극 대륙 부근 아문센해에서 쇄빙선을 타고 빙붕의 두께를 잰 결과 15년 사이에 이처럼 큰 변화가 생긴 것을 발견했으며 주변 바닷물의 온도가 0.2℃ 오르긴 했지만 이런 변화를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로봇 잠수정을 빙붕 밑으로 내려 보내 물속의 산마루를 발견했으며 이 산 마루가 한때 빙하의 진행 속도를 늦췄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전 어느 때인가 빙하가 산마루에서 떨어져 나가자 따뜻한 심층수가 밀려 들어와 빙붕이 점점 얇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빙붕과 해상 사이에 마찰이 적어지자 육지에 묶여 있던 빙붕 뒤의 빙하가 전보다 빠른 속도로 바다를 향해 흘러갔으며 아문센 해역의 다른 빙하 역시 두께가 얇아지거나 폭이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들은 또 파인 섬 빙붕 부근 수면에서 차가운 바닷물이 화덕 위의 주전자처럼 끓어 오르는 현상을 직접 관찰했으며, 이를 통해 깊은 바다 속에 빙하가 녹아 새로 밀려드는 민물로 부력을 얻은 차가운 바닷물이 용승(湧昇) 작용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용승은 차가운 해수가 밑으로부터 표층수를 제치고 올라오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과학자들은 남극에 전보다 바람이 많이 분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런 현상이 해수 순환 변화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보다 강해진 극순환풍은 해빙과 표층수를 북쪽으로 밀어내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 심해의 따뜻한 물이 아문센해의 빙붕과 빙붕 밑 공간에서 용승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파인 섬 빙하는 전세계 해안선을 바꾸는 잠재력을 가진 존재로 과학자들 사이에 면밀한 관찰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 해수면은 연간 3㎜의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데 파인 섬 빙하가 완전히 녹을 경우 이 때문에 해수면이 24㎝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