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를 '초읽기' 채무 위기에서 구제하기 위해 21일(이하 현지시각) 소집되는 유럽연합(EU) 특별 정상회담 전날 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긴급 접촉해 막판 조율하면서 독일이 그간의 강경 입장에서 급선회하는 조짐이 완연해 브뤼셀 회동 전망을 밝게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및 로이터는 21일 일제히 '새로운 해결책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따라서 EU 정상회담에서 그리스 2차 구제가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 2차 구제 재원 마련을 위해 유로 은행들에 새로 과세해 500억유로를 마련하는 방안을 EU 집행위가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것이 실현되면 그리스 채권 조기환매(바이백)에 투입해 현재 3천500억유로 규모인 그리스 채무를 20% 가량 줄인다는 구상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집행위 방안에는 또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모두 710억유로를 그리스에 추가 지원하는 한편 민간 채권단이 향후 8년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그리스가 새로 발행하는 30년 만기 국채로 교환(채권 스와프)하는 내용도 담겨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채권 스와프가 실행되면 그리스 채무를 900억유로 가량 더 줄이는 효과가 날 것으로 집행위가 기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덧붙였다.
정통한 EU 관계자들은 이 방안이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베를린에서 긴급 접촉한 20일 밤 집행위에 의해 회원국에 제시됐다면서 브뤼셀 정상회담에도 제출될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전했다.
관련 협상 내용에 정통한 유로 고위 은행 관계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은행세 신설과 채권 스와프 방안이 함께 실행되기보다는 이중 하나가 선택될 것으로 본다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어떻게 담판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귀뜀했다.
은행 과세안에 대해 금융계는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로이터는 유로 금융권도 브뤼셀 정상회담에 여러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여기에는 은행에 새롭게 과세하는 내용이 빠져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금융권 소식통을 인용해 은행 과세를 통해 그리스 2차 지원 재원을 마련하려는 구상이 그리스 채권에 덜 노출된 은행에는 불공평한 것이라면서 과세 실행이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집행위 방안에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권한을 확대해 지금까지 구제받지 않은 유로국에 자금을 공여하고 이들 국가의 은행 재자본화를 지원토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유로 은행들도 2013년 발효되는 재정 강화에 관한 국제 협약인 바젤 Ⅲ를 이행해야 한다.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20일 사르코지-메르켈 담판이 이뤄지기에 앞서 기자 브리핑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합의해야만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EU 정상회담에서 진전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르켈이 EU 정상회담이 "좋은 결과를 낼 것으로 매우 자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는 메르켈이 전날까지만 해도 "EU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독일의 입장이 급선회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EU의 조제 마누엘 바호주 집행위원장도 20일 독일-프랑스 정상 긴급 회동에 앞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제 때 대응하지 못하면 부정적 결과가 유럽을 넘어 전세계 모든 곳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바호주가 '24시간 안에 그리스 2차 구제가 합의되지 못하면 전세계 경제가 충격받을 것'임을 강하게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회담 전망이 앞서에 비해 밝아지면서 유로화 가치도 반등했다.
달러에 대한 유로 가치는 20일 전날보다 0.4% 상승해 1.4217을 기록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날 한때 지난 14일 이후 최고치인 1.4282까지 치솟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로이터에 EU 정상들이 언론이 그간 부각시킨 것처럼 내분돼있지 않다고 해명하면서 따라서 브뤼셀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사태가 악화될 경우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시장이 관측해온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10년물 기준으로 계속 6%를 초과해 투자자 불안이 여전함을 반영했다.
뉴욕 소재 노무라의 G10 환투자 전략 파트 책임자인 젠스 노르드빅은 로이터에 "그리스 (2차) 구제의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여기에는 그리스 채무를 경감시키는 실질적인 첫 조치도 포함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르드빅은 그러나 "이런 조치가 취해져도 위기가 더 광범위하게 전이되는 것을 저지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따라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채권 시세가 향후 몇주 계속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유로화에 대해서도 현 상황에서 계속 쇼트(매각) 포지션을 유지하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 저널은 또다른 유로국인 키프로스의 중앙은행장이 20일 금융 구제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경고해 유로 채무 위기에 또다른 걸림돌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