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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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657]
세무조정계산제도가 위헌성이 있는 것처럼 논하는 것은 신고납세제도의 본질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 면 규
한일세무사친선협회 회장

 


인류가 오랜 역사를 통하여 최선의 작품으로 내 놓은 제도가 민주주의라고 한다.

 

우리 헌법도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제정되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조세제도 또한 민주적으로 제정되고 운용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러한 명제를 안고 조세제도의 민주화를 시도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경주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취지와 노력의 결실로 1975년에 비로소 국세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신고납세확정제도’를 도입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36년간을 다듬고 가꾸어 왔다.

‘신고납세확정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자율성, 보편성, 법의지배원리를 내용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민주세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납세의무자가 법률(세법)에 근거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하여 정부에 신고하면 신고와 동시에 신고한 내용에 따라 납세의무를 확정하는 효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계산과 신고는 정부에서 하거나 납세자가 하거나 세무대리인이 하거나 동일한 근거법규에 의하여 행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달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하다면 납세자가 스스로 이행하는 것이 능률성이 제고되고 정부의 징세비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민주제도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고납세확정제도는 민주세제의 꽃이다.


‘납세의무를 확정 한다’ 고 함은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는 효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과세관청에서도 조사를 한다든지 다른 간섭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확정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 내용에 탈루 또는 오류가 있거나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는 등 법률이 정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이를 바르게 수정하는 것이 마땅하므로 확정된 것을 바로 고친다는 뜻의 경정에 관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경정은 일반원칙에서 벗어난 규정이므로 이 규정을 적용하려면 반드시 법률이 정한 해당사유가 있음을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들은 신고납세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민주세제의 정착을 확보하려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와 같이 신고납세제도는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제도이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뒤 따른다.

 

납세자 스스로 세법을 풀이하고 적용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을 계산하는 이른바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려면 법률과 회계에 관한 높은 수준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바 이 어려움을 타개하는 수단으로 ‘세무사’라는 자격사가 세무대리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리하여 세무대리인은 신고납세제도와 동반자적 존재로서 의미를 갖고 있다. 마치 법률을 모르는 사람을 대리하여 법률문제를 처리해주는 변호사, 변리사 등과 다를 바 없는 기능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세무조정계산제도는 신고납세확정제도를 담보하는 장치다.


위헌론을 주장하는 논지는 첫째, 세무조정계산서를 세무대리인으로 하여금 작성하게 하는 규정이 헌법의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는 세무조정계산의 본질과 실제 작성과정의 어려움을 잘 모르는 탓이라고 본다. 앞서 신고납세제도의 탄생과 그 발전과정을 살펴 본 바와 같이 36년간의 시행 결과가 아직도 그 뿌리를 내리지 못 할 만큼 어려운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는데 전문가 아닌 누구에게나 그 작업을 허용한다면 정부가 이를 믿고 신고대로 납세의무를 확정할 수 있겠는가.

 

만일 정부가 이를 믿지 못하여 공무원으로 하여금 다시 조사하여 확정하려 한다면 민주세제의 꽃이라고 일컫는 신고납세제도는 사라지고 다시 세제사에서 사라진 정부부과 과세제도로 되돌아가버릴 것 아닌가. 그 때에 파생되는 정부의 징세비 증가는 누가 감당할 것이며 국가와 국민 간에 생기는 불협화음은 어떻게 소화해 낼 것인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둘째로, 세무대리인에 대한 조정수수료가 납세협력비용의 부담을 가져오므로 법치주의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만일 신고납세제도가 무너지고 정부부과제도로 회귀한다면 현 공무원을 배로 늘려도 그 업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텐데 그로인한 징세비의 증가는 결국 국민의 세금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무조정수수료는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부담하는 결과만을 가져올 것이며 설사 같은 부담이라 할지라도 납세자는 자기의 의사로 대리인을 선임하고 선임수수료를 결정하여 납세의무를 이행한다면 얼마나 마음 편하고 민주적인 방법의 의무이행이 되겠는가.
세법은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세무대리인을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거나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 납세자에게는 세무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대리인 선임료의 부담을 덜어주는 배려도 규정되어 있다. 마치 사법부의 소송에서도 소액사건은 대리인 선임을 강제하지 않는 제도와 그 취지를 같이하고 있다.

 

세무조정수수료는 국가의 징세비를 절약하는 방책이다.


마지막으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에 관한 규정을 시행령에 규정하고 이에 따른 수임료 부담을 납세자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지 않고 가산세 등의 부과로 간접적인 강제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 헌법상의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헌법의 이해 부족과 신고납세주의에 따른 세무조정계산의 공익성, 중립성, 난해성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주장이다.


헌법은 자유민주주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모든 국민에게, 모든 분야에서, 모든 자유를 누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라고 규정되어 있다.

 

세무조정은 세법질서 유지를 위한 헌법상 용인되는 최소한의 규제다.


조세는 어느 분야보다 강한 공공성을 지니고 있는 국가권력이요 국민의무다.

 

따라서 조세 문제는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헌법에 천명하고 조세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규제와 의무를 부여한 것이 세무대리인에 의한 세무조정계산서의 작성과 이에 따른 보수의 부담이다. 또한 소득세법 제70조 제4항 제3호와 법인세법 제60조 제2항 제2호에는 세무조정계산서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고 그 자세한 세칙을 대통령령(시행령)에 위임하여 규정하였는데 이를 두고 직접 법률에 규정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조세법률주의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은 위임입법의 법리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여긴다.


‘주식회사의 외부회계감사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강제로 감사를 받게 하고 그 수수료를 부담하게 하는 것도 공공성의 차원에서 비롯되었음을 상기하면서 다시 한 번 사려깊은 판단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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