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법을 정비하지 않는 건…
세제실 공무원의 직무유기”
“참, 세법은 어려워. 한글로 쓰여진 것은 분명한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세제실에 근무하는 나로서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마냥 죄스럽기만 했다.
“세법은 원래 어려운 거야”라고 에둘러 말하기엔 이제 한계점에 왔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 부의 장관마저도 “세법을 넘겨보면 최고학력을 가진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현행 세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도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 세제실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라 생각된다.
물론 다들 어렵다고 난리인데 세제실만 모른척하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시도로서는 1982년 ‘조세법령정비 5개년계획’으로 조세법령 정비작업에 착수한 것이었다. 세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읽어보면 알 수 있도록 알기 쉽게 풀어 쓴다는 계획이었는데 풀어 쓰다 보니 내용이 너무 방대해 지고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입법에 이르지 못하고 중단 되었다.
두 번째 시도는 2000년 ‘세법체계와 내용을 알기 쉽게 정비’라는 제목 아래 3개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되 개편방향은 전화세, 자산재평가세와 부당이득세를 폐지하고, 목적세는 본 세금에 통합하며, 우선적으로 생활관련 세금(양도·근로소득세)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기 세금은 자기 스스로 계산하여 납부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고치자는 계획이었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전화세·자산재평가세를 폐지하였고, 일반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예:지급조서)도 알기 쉬운 용어로 교체하였으며, 소득세 신고서식도 납세자가 편리하게 작성할 수 있도록 대폭 개선하는 등 일부 성과가 있었으나 당초 큰 목표인 ‘세법체계와 내용을 알기 쉽게 정비’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이와는 별도로 법제처에서 2006년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의 일환으로 세법을 정비하였다. 그러나 법제처의 법령정비는 단순한 용어의 정비에 그쳤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조세법령 정비라 볼 수 없다.
“이번에는 다르다”,
조직·자본·시간 충분히 투자
과거의 실패 사례를 분석해 보니 첫 번째 원인은 조세법령 정비 업무만을 수행할 전담기구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무작업단(단장:소득세제과장)’이 구성되기는 하였으나 기존 조직과 인력으로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법령정비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현안 업무에 치여 매번 용두사미로 끝났다.
두 번째는 예산부족이었다. 조문별로 그 조문과 관련된 판례·심판결정례, 질의회신, 해외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알기 쉽고 명확하도록 조문을 새롭게 써야 하는데 검토할 양도 엄청나게 많은데다 조문화 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가진 법률가나 학자들도 흔치 않았기 때문에 이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검토하고 조문을 작성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도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고 결국 부실한 연구결과는 입안 중단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과거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우선 조세법령정비만 전담할 ‘조세법령개혁팀(팀장:서기관 1명, 사무관 4명, 주무관 1명)’을 신설하였으며 직원도 팀장을 제외한 팀원 전부를 내부구성원이 아닌 외부 공모를 통해 조세전문가를 선발하여 채용함으로써 정부 시각이 아닌 납세자 시각에서 조세법령을 정비할 수 있는 중립성과 전문성 그리고 추진동력을 확보했다.
조세법령정비 작업방식도 과거처럼 세제실내 실무작업단에서 개정할 내용을 스스로 찾아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는 로펌과 회계법인 그리고 한국세무사회(조세연구원과 공동컨소시엄)에 용역을 맡겨 조문을 직접 작성하게 하여 법률안을 만들고 조세법령개혁팀이 조세법령정비 작업 전체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축조심의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입안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조세법령정비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조세법령 정비 용역 수행기관
- 소득세법 : 한국세무사회
(한국조세연구원)
- 법인세법 : 삼일회계법인
- 부가가치세법 : 법무법인 율촌
시간도 충분한 여유를 두고 진행하도록 하였다. 1단계로 2013년까지 소득세법,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을 정비할 계획이며, 1단계 정비작업이 끝나면 2단계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정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1년 말까지 소득세법,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에 대한 초벌구이 상태의 법률안을 만들고 2012년에는 초벌구이 상태의 법률안을 정교하게 다듬어 완성함과 동시에 같은 법 시행령·시행규칙(서식포함)도 정비안을 마련하여 법·시행령·시행규칙을 한 번에 통째로 정비할 계획이며 2013년 중 공청회 등 외부검증을 거쳐 법률안은 2013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바로 이어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예산도 연구용역비만 2011년 7억5000만원, 2012년 7억5000만원 합계 15억원에 이른다.
“조세법령 정비…
정부와 납세자간 실크로드 되길…”
중국 한나라 시절 장건이란 사람이 황제의 명을 받아 한나라를 괴롭히는 흉노족을 협공하기 위해 서쪽에 있는 대월국과 동맹하고자 장안을 출발(기원전 139년)하여 서쪽으로 서쪽으로 갔다 되돌아온 10여년의 여행기록이 장안과 로마의 교통로 개통에 도움이 되어 실크로드가 되었듯이 우리가 걸어가는 조세법령 정비길이 정부와 납세자간의 실크로드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