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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896]
주행세제도의 허실
송쌍종 교수-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장, 세무사, 본회 조세연구소 연구위원

 

이 나라 방방곡곡 어디를 다녀 보아도 굴러 다니는 자동차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 느껴지는 상황 속에서 원칙적으로 자동차의 走行距離와 유류(휘발유 및 경유)의 消費에 대한 세금이 비례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주행세의 신설은 일단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지방세의 稅目數가 너무 많으므로 그들 세목의 통합조정 내지는 일부 세목의 폐지에 의한 세목 간소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논의가 무성한 가운데, 오히려 주행 세라는 세목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사실(2000.1.1. 시행의 개정지방 세법 제196조의 16 ∼ 196조의 20)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행세의 설치 의의는 무엇인가? 원리원칙의 면에서 본다면, 종래에 자동차 운행량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일정률로 부담하는 保有課稅의 형태로 과세되어 왔던 自動車稅를 유류의 소비량이 많아짐에 따라 그만큼 세부담이 늘어나도록 하는 利用課稅의 형태로 전환한다는 데에 그 제도적 의의가 있다고 이해하여야 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와 같은 이론과 실제가 부합되는 발전적인 내용의 주행세제가 아닌, 교과서적인 이론으로는 설명조차 하기 어려운 이상한 세제를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신설된 주행세 때문에 자동차를 운행하는 소비자는 종전에 비하여 세부담이 증가되는 현상은 새삼스레 나타나지 않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번의 주행세제도의 발상은 中古自動車도 새차와 꼭같은 세부담을 결과하는 보유과세가 이루어지는 종래의 자동차세제에 관하여 그 사용연한을 고려한 세액경감제도를 채택하려는 마당에 지방 자치단체가 입게 될 稅收缺損을 메꾸어 주자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보충방법으로서 중앙정부의 처지에서는 비교적 손쉽게 구체적인 租稅名目을 통하지 않고 地方 讓與金 또는 地方財政交付金의 확대지출을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중앙정부에 대하여 더욱더 저자세로 임하도록 기능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독립세목을 제도화하는 것이 보다 합당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는 얘기이다. 다시 말하면 서울시측에서 “쌀로 줄 일이 아니라 논으로 달라”는 뜻의 ‘脫沓補沓論’이라는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중앙정부 당국자들을 납득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새 주행세는 [교통세액 × 32/1,000 = 납부세액]과 같은 식으로 계산하도록 규정되었다(지방세법 196의 17). 이것을 교통세의 납세의무자가 곧 주행세의 납세의무자로서 교통세의 납세지를 관할하는 시장·군수에게 신고 납부하도록 한다. 그리고 시장·군수는 주행세 특별징수의무자가 되어 그 징수한 주행세액을 매월 각 시·군별 비영업용 승용자동차의 자동차세 징수세액 등을 감안하여 각 시· 군별로 안배한 후 그것을 각 시·군에 납입하여 준다는 것이다(지방 세법 196의 18). 그렇지만 이는 중앙정부가 차지할 교통세액 중의 1,000분의 32(3.2%) 상당액이 지방자치단체로 단순이전된다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며, 자동차 운행자가 새로운 추가부담을 지게 된다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의 운행과는 무관하게 보유상태 에서 일정률로 과세되는 현재의 자동차세를 없애는 대안으로 마련되는 대체적인 세제는 더욱 아니다.

 

요컨대 收入目的(국고목적)과 作用目的(정책목적)이라는 두 가지 조세목적 중의 어느 편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어정쩡한 세제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생각건대 주행세라 이름하는 세제의 진면목은 政策機能의 발휘와 보유과세의 폐지에서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전자는 자동차의 운행량과 정비례적으로 주행세를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불필요한 운행을 억제함과 동시에 매연의 발생과 도로의 파손을 상대적으로 줄이도록 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는 현행 교통세제가 발휘하는 이용과세의 기능만으로는 미흡 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후자는 재산가치의 하락을 고려하지 않는 채로 財産課稅가 이루어진다고 하는 모순점을 지니는 현재까지의 자동차세제를 전체적인 稅收 측면에서는 증감이 전혀 없는 조건으로 消費課稅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제도개편을 말한다. 한마디로 이번의 주행세는 그 시행으로 유가가 인상되거나 그 결과로 불필요한 자동차의 운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만드는, 지금까지의 자동차세제에 대한 대안으로 마련된 세목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세원을 공유하는 共同稅制的인 성격이 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 이유는 세목의 명칭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국세로서의 이용과세인 교통세의 일부가 그대로 주행세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지방재정재원으로 수평이동되는 것일 따름이다. 따라서 참다운 의미의 제도개선의 결과물은 아니라 할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현행 자동차세를 점진적으로 축소 내지 폐지하면서 주행세의 부담을 점차 높임으로써 政策課稅로서의 이용과세를 강화 하겠다는 이정표는 제시되지 않은 채로 새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본다. 물론 이를 위하여는 교통세 세율의 상향조정과 같은 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마땅하다는 점도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여하간에 현재의 시점에서는 전향적인 사고로 새로운 제도개편을 모색할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의 강구 를 촉구하고자 한다.

 

 


제 294호 (2000.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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