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투자자들이 사그라지던 증시 낙관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1일 주식시장에서 장중 코스피가 50포인트 가량 급등하며 1,930선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지만, 추가 악화보다는 해결 절차에 더 무게가 실린 결과다.
오후 들어 기관과 개인의 차익매물 탓에 지수가 보합권까지 밀렸으나 외국인의 막강한 지지력 덕에 강보합세로 마감됐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워낙 강해 머잖아 코스피 2,000선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시로 들려오던 미국과 유럽발 포성에 파랗게 질려 폭락장세를 거듭하며 비관론이 대세를 이뤘던 8월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탈리아 국채문제ㆍ오바마 경기부양책에 관심 집중
시장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이탈리아의 국채 문제다. 이달에만 만기가 돌아오는 이탈리아 국채 규모가 390억유로(약 60조원)에 이른다.
채무 상환 일정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매수를 꺼리는 이유다. 이들은 한 번 더 주가가 내릴 것으로 보고 마냥 기다리는 상태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재 연구원은 "이탈리아가 이달 만기를 잘 넘긴다 해도 내년에도 막대한 규모의 국채 상환 일정이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최악의 수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상당수 투자자가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공략해야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한화증권 윤지호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잘 해결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터지지는 않는다.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에 공황이 올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고민할 때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낮아지고 있다.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지수 발표 등 경기지표 불안이 공존하지만, 낙관론이 우세하다. 미국 정부와 통화 당국의 잇단 대책이 경기 문제를 줄여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7일 경기부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 대책에는 인프라 시설에 대한 지출 확대와 고용창출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 장기자금 매수 가세
국내 증시에서 최대 청신호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라진 매매 흐름이다. 외국인이 최근 강력한 매수 공세를 펴 시장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1천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루 순매수액으로는 지난 7월8일 1조7천200억원 이후 최대 액수다.
이날 외국인 매수에는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는 '숏커버링' 자금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샀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공매도 물량을 해소한 것이다.
투기 성향의 유럽계 외국인이 대거 숏커버링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윤지호 팀장은 "4조원 이상의 주식을 내다 판 유럽계 외국인이 숏커버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KB증권 투자전략팀 김성노 이사도 "현금비중을 많이 늘린 유럽계 외국인이 다시 주식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자금이 장기 성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수는 최근 장기펀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유럽사태가 진정되고 추가 양적완화 등이 진행되면 한국물에 대한 풍선효과로 외국인 매수 강도가 더 세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2,000 갈까
외국인의 대량 매수로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반등의 고점이 1,950선 정도가 될 것이란 관측에서 2,000선 돌파를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나온다.
강현철 팀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1,950선을 전후로 주식비중을 줄이겠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1,850선부터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이 5% 상승에 만족해 주식을 팔 가능성은 작다. 코스피 지수가 2,000선 초반까지 상승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윤지호 팀장은 "코스피 2,000까지의 반등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은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위험이 더 큰 상황이다. 코스피 지수가 1,950선을 넘으면 다들 따라서 사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노 이사는 "코스피 1,900 이하는 경기 침체를 반영한 지수대다. 급격한 경기 침체가 없을 것으로 본다면 추격 매수는 부담스럽더라도 보유하는 전략은 유효하다"고 예상했다.
외국인 매수 이후의 국내 기관의 움직임도 관심거리다.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은 폭락장에서는 일부 구원군 구실을 했지만, 최근 반등장에서는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기관이 매수에 가세할 때는 상승 탄력이 더 세질 수 있다.
강 팀장은 "외국인 매수가 1,950선 이상에서도 지속한다면 사전에 주식비중을 낮춰놓은 기관투자가들이 뒤늦게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