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가 위탁증거금률을 과도하게 낮추고 자기자본 대비 신용융자를 늘려 투자자들의 투기거래를 조장한 꼴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탁증거금률은 주식 총 매수금에서 계약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위험성이 높아진다. 신용융자는 보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위탁증거금과 신용융자금은 단타 매매에 나서는 개인들이 주로 활용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탁증거금률 최저한도는
키움증권[039490]과
유진투자증권[001200]이 20%로 업계에서 가장 낮다. 이어
미래에셋증권[037620] 25%, 대우ㆍ우리투자ㆍ삼성ㆍ동양종금[003470]ㆍHMC투자ㆍ현대ㆍ이트레이드증권[078020] 30%다.
키움증권이나 유진투자증권에서 계좌를 열면 가진 돈의 5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다. 다만, 이 비율이 적용되는 주식은 수십개 종목으로 제한된다. 유진투자증권은 26개 우량종목에만 위탁증거금률 20% 룰을 적용한다.
증거금률 20%는 헤지펀드보다 훨씬 위험한 수치다. 국내 헤지펀드 차입(레버리지) 비율은 현재 3배다.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업계 위탁계좌의 최저 증거금률이 대체로 30~40%인데, 유독 키움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압도적으로 낮다. 투자자들이 헤지펀드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을 맞게 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의 증거금률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증권업계 내부에서도 나왔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증거금률이 20%인데 산 종목이 이틀간 하한가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위탁증거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투자자는 계약금 전액을 날리게 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증거금률이 낮으면 투자자들이 순식간에 `깡통'을 찰 수 있어 금융감독 당국은 최근 긴급 대응에 나섰다. 과도한 차입(레버리지) 효과로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현상을 막으려는 조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주가변동률의 두 배까지 움직이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급등락 증시에서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해 레버리지 ETF의 위탁증거금률을 최저 30%에서 100%로 상향조정했다.
미수 거래와 더불어 신용융자도 개인들의 `묻지마 투자'에 악용되고 있음에도 일부 증권사는 외상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3월 말 기준) 대비 신용융자잔고 비중을 보면 키움증권 51.62%, 이트레이드증권 38.5%로 온라인증권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증권사들의 평균 자기자본 대비 신용융자잔고 비중은 14.7%다.
키움증권은 증권업계 평균치의 3.5배 수준인 신용융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개인투자자들이 지난달 급락장에서 외상거래를 했다가 반대매매를 당해 투자금 전액을 날리는 등 `피눈물'을 흘렸던 것과 대조적이다.
키움증권의 1분기 순이익(268억원) 대비 이자수익 비중은 75%다. 개인들에게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불과 석 달 만에 이자로 무려 202억원을 챙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