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무사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단어는 ‘상생(相生)'과 ‘공존(共存)'이다.
이 두 단어는 함께 어우러져 잘 살아보자는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세무사회 집행부의 ‘캐치프레이즈'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 이면은 그렇게 밝지가 않다.
상생과 공존이라는 두 단어가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세무사 업계가 함께 어우러지지 못하게 작용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기장수수료 덤핑 문제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4대보험 업무대행 문제가 대표적이다.
많은 수의 세무사들이 기장수수료와 이에 부수되는 세무조정수수료를 핵심 수익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기장시장이 풍족하다면 다행이겠지만 아쉽게도 기장시장은 오래 전부터 성장세가 둔화됐다.
반면 매년 수백 명씩 신규 세무사들이 기장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져 ‘출혈경쟁'을 불러왔고, 이는 업계가 암묵적으로 지켜왔던 ‘룰'을 깨뜨리는 ‘기장수수료 덤핑' 이라는 뒤틀린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기장수수료 덤핑이 불가항력이었다는 궁색한 반박도 있을 수 있지만, 이 문제가 결국 세무사 업계를 공멸(共滅)의 길로 이끌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
4대보험 대행업무 문제도 ‘출혈경쟁'의 부산물이다.
세무사들은 수임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 업무를 대행해 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푼의 수수료도 받지 않고 말이다. 그런데 자질구레하게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렸다고 한다.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국민연금공단 등에서 협조요청을 해대니, 돈도 안 되는 일에 매달려야 하는 세무사들 입장에서는 짜증이 폭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4대 보험 업무는 우리 고유의 업무가 아닙니다. ‘다른 세무사무소는 무료로 해준다'는 수임고객들 말에 돈을 내라고 하거나 못하겠다고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울며 겨자 먹기죠. 이건 우리 스스로 자초한 문제입니다.” -수도권 A세무사
"언제 어디서부터 이런 현상이 빚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안 해주면 다른 세무사 찾겠다고 하는데. 미치고 펄쩍 뛸 노릇입니다. 혼자 독야청청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수도권 B세무사
현재 세무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F를 조직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근본적 출발점, 출혈경쟁을 차단할 효과적 대책이 없기 때문에 다른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기장수수료 덤핑과 4대보험 업무 논란은 세무사 업계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발전을 가로막아온 ‘적(敵)'은 다름 아닌 세무사들 자신이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나만 잘 살면 된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는 세무사 업계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적이다.
최근 세무사회 집행부는 상생과 공존이라는 슬로건 아래 세무법인 대형화, 신(新)수익원 창출 등과 같은 다양한 대책을 여론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집행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현실화 가능성과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다.
제도의 개선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바랄 바 없지만, 제도 개선이나 수혜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신수익원 창출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업계에 만연해 있는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동업자 정신'을 일깨울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보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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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63호(201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