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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2999]
법령에 관한 의견진술은 없다?
국세기본법상 의견진술제한규정의 정체성

 

박 공 탁
본회 조세제도 연구위원

 

 

#. 지방국세청 이의신청심사회의장, 오후 6시 퇴근시간을 20분 남겨놓은 시간,  A세무사가 의견진술을 할 차례이다.


“이 건 처분은 국세기본법의 가산세 규정인…”하고 그가 막 진술을 시작하자 위원장이 바로 말을 자른다.


“잠깐만요! 진술의 내용이 법령해석에 관한 것이라면 여기 계신 위원님들이 전문가시니까 본 위원회에 맡겨 주시고 사실관계에 대한 추가 진술사항이 없으시다면 끝내 주시는 것이…?”


요컨대 법령에 관한 것이라면 세무사의 진술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의견진술신청을 받아 놓고는, 막상 진술을 하려니까 법령에 관한 진술은 못한다? 이게 무슨 경우인가?


국세행정은 공정이 생명이다. 의견진술제도는 과세의 공정과 납세자의 권리를 함께 생각하는 소통의 장으로 기능한다. A세무사는 문전축객을 당하는 수모와 세무사로서의 자존심이 한꺼번에 내려앉는 현기증을 느낀다.


2011. 9. 9 세무사제도 50주년 기념식에서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이바지 하는 기둥”이라고. 그렇다면 세무사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듯한 위원장의 멘트는 무엇인가?

 

 

#. A세무사가 낸 이의신청은 전문가인 심사위원들의 법령해석으로  바로 기각되었다.


그런데 6개월 뒤 기회재정부는 심사위원들의 법령해석이 잘못된 것으로 해석하였고, 부과돤 가산세 58백만원은 환급되었다.(이에 대하여는 2001. 4. 1자 세무사신문 “가산세 감면해석의 오류와 그 사회적 비용”참조.)


그 내용을 요약하면 “과소신고가산세가 부과되지 않을 때에는 납부불성실가산세도 부과 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것으로 쟁점사안을 보면 “상속재산이 재판 중이어서 그 과세표준을 ‘0’으로 신고하였는데, 정부가 상속세 결정을 하면서 그 신고를 못 한 것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과소신고가산세는 매기지 않으면서, 세금을 늦게 낸 것은 이자성격이 있다고 하여 무납부가산세를 매겼으나, 이 것은 국세기본법이 규정한 [가산세 감면]의 법령해석을 잘못한 것”이라는 것이 재정부유권해석의 골자이다.


이것은 A세무사가 진술 하려고 한 내용이며 그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꽤 많은 자료를 준비하였던 것이다.


의견진술인을 출석하게 해놓고 2시간 40분을 기다리게 하는 회의진행의 미숙은 그렇다치고 세법에 관한해석은 “갑”의 전유물이며 납세자의 세무대리인인 세무사는 아직도 ‘아니다’ 라는 사고가 아직도 선진세정의 현장에 배어 있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A세무사는 위원장의 회의운영이 비민주적이고 납세자의 권익을 외면한 “횡포(?)”라고 단정 했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위원장의 처사는 위원장의 횡포나 운영미숙이 아니고  법률의 규정을 그대로 준수 한 것임을 A세무사 모르고 있었다. 법의 규정도 모르고 애꿎게 위원장을 성토한 경솔함이란!
 

 


#.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 2호는 “이의신청.…의 목적이 된 사항이 법령해석에 관한 것으로서 신청인의 의견진술이 필요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의견진술기회를 주지 아니하는 경우로 규정 하고 있다.


1974. 12 대통령령 제7459호로 제정된 이 규정은 제정 된 지 37년이 지났고 납세자권리헌장이 제정된지도 15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내국세의 세입규모를 보면 1975년 1조1백2십억이었는데 2009년도는 133조7천억원이다. 133배가 된 것이다.


과세체계를 보아도 현재는 대부분 신고결정제도인데, 당시는 소위 인정과세가 대종인 정부결정과세제도이었다. 당시 세금에 대한 다툼은 대부분이 사실관계였고 법령해석의 문제가 아니었다.

더욱이 70년대의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끼리 오순도순 경제를 해결하던 시절이어서 납세자가 법령해석에 관해 고개를 갸우뚱 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비쳐졌다.


당시의 국회상정안에서 국세기본법의 제정목적을 보면, 가) 세법을 제정하는데 있어서 정부가 준수하여야 할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나) 납세의무자가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 하는데 필요한 납세의무의 발생·확정·소멸등의 사항을 명확히 하고, 다)국세에 관한 행정구제제도를 명확히 한다 하였으나, 현재와 같은 세법의 집행기준이 없었다.


그러나 국가기능이 복잡해지고, 새로운 경제현상의 급속히 출현함에 따라 행정기능이 양적,질적으로 전문성과 기술성이 높아지게 되었고 이에따라 위임입법이 불가피 해지면서 과세에 대한 다툼이 늘어났다.


따라서 과세의 공정과 납세자의 권익보호가 수면위로 떠올랐고 그러한 차원에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석’을 위하여 세무사는 “갑”과 “을”을 조합한 “병”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09년의 법인세 전자신고의 경우를 보자, 총 404,859건의 대상자중 97%인 392,874건이 세무사의 손을 거쳤다. 


오늘날 세무사를 빼고는 세무행정을 상상 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납세의무의 원활하고 적법한 이행을 위해서라도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세무대리인에게 법령해석에 관한 의견진술권을 제한하는 위 규정은 이제 삭제되어야 한다.

 

 

#. 조세정의가 실현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필자는 납세자의 권익이 보호되고 공평과세의 진도가 8할쯤은 이루어진 사회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의견진술권제한규정의 삭제와 함께 시급히 이행 되어야 할 과제가 또 하나 있다.


국세기본법(이하 법:) 제81조의9는 “…부과처분을 위한 실지조사를 마쳤을 때에는 그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납세자에게 통지 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과세예고통지서」(별지 제4호서식)를 보면, “30일내에 과세적부심사청구를 할 수 있으며” 이의가 있으면 불북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과세예고통지를 받았을때 납세자가 맨 먼저 맞닥뜨리는 벽이 있다. 고지된 세금이 어떻게 결정 되었는지를 납세자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과세예고통지서」(별지 제4호서식)에서 과세근거로 첨부한 「수입금액.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출내역」을 보면 세목,기분, 수입금액, 과세표준, 산출세액, 예상고지세액란만을 숫자로 채운 딱 한 줄이다. 숫자만 있고 한글은 없다. 조사복명서를 붙여주면 좋을텐데  조사복명서는 ‘내부서류’이므로 못 준다는 것이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에서 세무공무원은 “과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 법 제81조의14를 보면 “세무공무원은 납세자가 납세자의 권리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면 신속하게 제공하여야 한다”고 하여 납세자는 위 조항의 “타인”이 아님이 분명하다. 또한 법 제58조는 이의신청인, 심사청구인 또는 심판청구인은 그 신청 또는 관계되는 서류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조사복명서의 제공(다른 형식으로라도)은 납세자의 권익보호와 공평과세를 이루기 위한 가장 가까운 관문이며 이 관문은 시급히 열려야 한다. 그것이 선진세정이다.

 

 

 

세무사신문 제566호(2011-10-17)

 

 [조회: 2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