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열 몇 시간씩 식당 일을 해도 거뜬했는데 갑자기 앞이 안 보이더니만, 말도 못 할 지경이 되더라고."
17일 대전에 사는 신모(55·여)씨는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건강에 대해선 걱정할 게 없었다는 신씨는 지난 2월께 온도가 뚝 떨어진 새벽 길을 나서다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후 손과 발에 힘이 빠지더니 눈앞이 가물가물해지고 시야가 흐려졌다.
신씨는 "몸에 아무런 이상 신호도 없었는데 느닷없이 나빠졌다"며 "말도 어눌해지고 침도 삼키지 못해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신씨에게 소리없이 찾아온 질병인 중풍(뇌졸중)은 단일질환으로는 우리나라 성인의 가장 큰 사망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완치도 힘들어 후유증이 오래 남는 질병 중 하나다.
10개월 가까이 꾸준히 통원치료를 받던 신씨도 지난달 24일께 병이 재발해 다시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신씨가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은 중풍 환자를 대상으로 연령별 위험인자 분포·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50대 환자의 절반가량은 가족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신씨의 가계도에서도 외할머니·어머니·큰오빠·동생이 모두 혈관계 질환을 앓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씨처럼 중풍 가족력이 있는 성인의 경우 50대에 갑자기 발병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한의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한 대전한방병원 조현경 교수는 "조사 대상 중 50대의 47.9%에게 중풍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전체 연령대인 28.8%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당뇨·허혈성 심질환 병력 등 다른 위험인자는 나이와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며 "위험요인을 규명해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자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중풍 환자의 30∼60%가 운동·언어·인지장애 등의 후유증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가족력이 있는 성인은 정기적으로 혈압·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는 한편 중풍이 발생하기 쉬운 체질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