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세수 확대를 위해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방안이 거론되자 증권업계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본이득세는 주식과 채권 등 금융자산으로 실현된 이익에 대해 매기는
세금으로, 증시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대원칙에 부합할 뿐 아니라 장기투자 문화를 촉진하는 순기능이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증권업계 "증시위축 불 보듯 뻔해"
증권업계는 자본이득세 도입으로 증시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거래량이 감소하면 거래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증권업계가 타격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증권사 관계자는 6일 "자본이득세가 부과되면 거래량 감소로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영업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시의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이득세가 무리하게 도입되면 개인, 외국인, 기관을 막론하고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이탈할 수 있다. 한번 증시를 떠난 투자자들을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주식의 경우 비상장 주식과 대주주 보유 주식에 한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부과된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주식은 유가증권시장 0.15%, 코스닥시장 0.3%의 거래세만 매겨진다.
이와는 달리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는 주식양도로 실현되는 이익에 과세하고 있다.
거래에 대한 과세에 익숙한 국내 시장에서 이익에 대한 과세가 적용되면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 투자자들의 이탈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이득세 도입은 시장의 축을 바꿀 수 있는 사안인데 지금 이뤄지고 있는 논의는 속도가 너무 빠른 것 같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과세원칙 부합, 장기투자 촉진 기대"
긍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증권업계와는 달리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연구기관 등은 자본이득세가 갖는 순기능에 주목한다.
무엇보다도 자본이득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며 선진국 기준에도 맞다는 점이 강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지언 금융시장ㆍ제도 연구실장은 "당위론적으로 볼 때 형평성 차원에서 자본이득세가 거래세보다 나은 것이 사실"이라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이득세가 장기투자를 촉진해 투자문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본이득세는 투자자가 주식이나 채권 등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시점에 납부하기 때문에 보유 중인 자산을 매도하려는 유인을 그만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금융투자산업실장은 "외국에서 장기투자가 활성화된 것도 자본이득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장기투자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데 자본이득세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입하더라도 신중하게"
자본이득세에 대한 찬반 양측은 자본이득세가 도입되더라도 시장의 충격을 줄이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우선 자본이득세 도입으로 불거질 수 있는 이중과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거래 차익에 과세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거래세와 자본이득세 둘 중 하나만 존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의 상계 여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이익에만
세금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이익을 손실과 상계해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장기투자를 통한 양도 차익에 대한 우대와 소액투자자 보호,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의 분리과세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이득세 도입 논의가 너무 빠른데다 금융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업계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