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편법ㆍ탈법 증여에 대해
세무당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은 기업들이 경영권 세대교체기에 접어든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국세청이 13일 상속ㆍ증여세 회피 목적의 편법 증여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돼 조사 중이라고 밝힌 10개 기업도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회사들이다.
대기업은 창업 2세대에서 3세대로, 중견기업은 1세대에서 2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거액의 상속ㆍ증여세를 피하려는 탈법ㆍ편법이 많이 등장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수장들이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현상은 경영권 교체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경영 월간지 `현대경영'의 조사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평균 연령은 58.9세로 집계됐다.
이는 이 잡지의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래 최고령이다. 100대 기업 CEO들의 평균 연령은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만 해도 50대 중반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6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격호 롯데쇼핑 회장이 89세로 나이가 가장 많았다.
조석래 효성 회장(76세),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74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73세)도 `고령 CEO'에 이름을 올렸다.
중견기업들도 CEO 고령화 현상에서 예외는 아니다.
코스닥협회 조사 결과, 코스닥 상장기업 CEO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 6월 말 현재 53.2세로 나타났다. 2006년 50.1세에서 3세 이상 늘었다.
고령화된 CEO들의 퇴진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2세대, 3세대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움직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어린이 주식부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대주주 자녀나 친인척 가운데 보유 주식 가치가 1억원 이상인 만 12세 미만 어린이는 2008년 5월만 해도 51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달에는 87명으로 늘었다.
억대 지분을 가진 어린이 주식부자가 불과 3년만에 7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들 어린이 중에는 재벌그룹 가문 손자녀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기업 수장들이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주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자산에 비해 상속ㆍ증여세를 줄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한번 대물림되면 나중에 가치가 몇 배로 불어나도 추가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주가가 폭락했을 때 자녀에게 주식을 물려주면 절세 효과는 더 커진다.
문제는 `절세' 욕구가 지나치면 `탈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탈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업상속공제율과 한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이 추진 중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공정한 자본주의 경쟁 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상속ㆍ증여에 대해서는 엄격한 과세가 필요한 만큼 이를 완화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사무총장은 "부의 대물림이 만연하면 치열한 경쟁으로 부를 축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사라져 자본주의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가들은 워런 버핏과 같은 미국의 거부(巨富)들이 스스로 부자들에 대한 증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