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학회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회계·세무관련 자격사제도 선진화방안’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회계사의 세무사자동자격 유지, 세무사의 재무관리상태진단업무 불가, 세무사제도 폐지 및 회계사 체제로의 통합 등 공인회계사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했다.
더구나 회계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과 세무사의 재무상태진단 업무를 허용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와중에 일방적으로 회계사회 편을 들고 나온 데 대해 세무사 학계에서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연구용역의 책임연구자이자 사회자인 이전오 성균관대 교수는 심포지엄을 시작하며 “오늘 발표는 박재환 교수께서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아 발표하는 것으로 한국세무학회의 의견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힙니다”라고 말했다. 심포지엄 개최가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사회자의 발언으로 확인된 셈이다.
누구보다도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할 세무‧회계 분야 학자들이 주축이 된 학술단체인 세무학회가 특정 자격사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6천만원 거액 연구용역비 받고 회계사회 입장만 대변 = 이번 세무학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의 연구발표 내용은 공인회계사에서 6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용역비를 받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사회과학 주제에 관한 연구용역이 1500만∼3000만원 정도인 것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특히 연구용역과 심포지엄 개최에 대한 결정은 양규혁 세무학회장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거의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학회는 6000만원이라는 거액의 연구용역을 체결하면서 연구자 구성을 위한 운영위원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았으며, 임원이나 회원들에게 통지하거나 참여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연구발표 내용에서 보듯 공인회계사회가 거액의 연구용역비를 지급하고 세무학회를 이용해 세무사자동자격 폐지에 대한 부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연구자, 발표자, 토론자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구성해 심포지엄을 일방적으로 이끈 것. 연구용역 발표의 형식을 통해 국회에서 논의중인 세무사법과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저지하고자 하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세무사 학계의 진단이다.
◇심포지엄 준비·진행 회계사회 주도 … 공정성 상실 = 또한 심포지엄을 양규혁 세무학회장이 아닌 공인회계사회와 회계사 자격을 소지한 박재환 교수가 주도한 것에서 이날 심포지엄은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세무학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토론자를 공인회계사회에서 직접 섭외했을 뿐만 아니라 심포지엄 장소도 회계사회가 섭외하고 대관료를 지불했으며, 발표자료 인쇄마저도 세무학회가 아닌 공인회계사회 측에서 준비했다.
이러다 보니 자격 영역간 갈등해소를 목적으로 개최하는 심포지엄의 발표자를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대상인 회계사 자격자인 박재환 교수와 변호사 자격자인 최승재 교수로 선정하는 이해하지 못할 파행이 연출됐다. 통상 발표주제에 대해 2인 이상의 전문가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발표하는 관례에도 불구하고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해 당사자인 회계사와 변호사 연구자가 일방적인 의견을 낸 것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연구용역에 대한 연구자겸 발표자인 박재환 교수와 최승재 교수는 회계사 자격자와 변호사 자격자이다.
또한 토론자 6명 가운데 3명이 회계사 자격자, 1명은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변호사 자격자인데다 나머지 2명도 회계사회가 섭외한 인물이다.
정작 갈등 해소의 대상자인 한국세무사회에는 발표는 물론 토론자에 대한 참여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고 진행했다.
아울러 심포지엄과 같은 학술대회는 일반적으로 이사회 또는 운영위원회 등에 상정해 의결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1∼2개월 전에 공지하고 개최하는 심포지엄을 심포지엄 개최 1주일 전인 지난달 22일에 공지하고 개최했다.
이같이 급박하게 심포지엄을 개최한 것은 세무학회를 통해 세무사자동자격 폐지에 대한 반대명분을 확보해 세무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법개정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더구나 심포지엄의 주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세무사에 대한 재무상태진단 허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불순한 의도가 작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학회재정 41% 회계사업계 지원, 임원도 대부분 회계사 자격자 = 세무학회가 공인회계사회의 입김을 벗어나지 못하고 휘둘리는 것은 공인회계사회로부터 거액의 예산을 지원받고 임원의 대부분이 회계사 자격자로 구성된 단체이기 때문이다.
2010년 세무학회는 회비수입(1899만원)보다는 찬조금(1억3939만원)을 받아 운영하였다.
이 찬조금의 절반에 가까운 6550만원을 공인회계사회와 회계법인에서 지원받았다.
학회 전체 예산의 41%를 회계사업계가 떠맡고 있는 것이다.
여기다 공인회계사회관에 소재한 세무학회 사무실도 2000년 11월부터 현재까지 11년 동안 공인회계사회로부터 무상으로 임차받아 사용하고 있다.
세무학회는 임원도 대부분이 회계사자격자로 구성돼 학술단체로서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기할 수 없는 구조다.
부회장 16명 가운데 10명이 공인회계사 자격자이고, 감사는 2명 모두 공인회계사 자격자이다. 상임이사도 15명 중 회계사 자격자 4명, 회계학 교수 4명, 변호사 3명 등으로 회계사회와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현재 학회장을 맡고 있는 양규혁 전북대 교수 역시 회계학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회계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렇게 재정면에서 공인회계사회와 회계사업계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회계사 자격자가 임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형적 조직이기 때문에 세무학회가 공정성과 중립성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다.
이런 편향적 학회 운영은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것으로, 지난 2003년 10월 조세연구원이 주최한 공청회에서도 당시 세무학회장이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 폐지가 부당하다고 공청회에서 주장한 바 있다.
세무사신문 569호(201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