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이 가장 살기 좋은 세상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다. 보통사람들이 상식적으로 판단해 볼 때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졌던 일이 누군가에 의해 예상외의 결론이 났다면 사람들은 매우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단언컨데, 비상식적인 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아무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될 것이고 종국에는 크나큰 국가적 재앙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비전문가가 전문가처럼 행세하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약사가 한의사의 고유영역인 한약조제권을 자동부여 받아서 한약을 조제하고 있는 것. 회계사 또는 변호사가 세무사자격을 자동부여 받아서 세무사의 고유영역인 세무대리업을 하고 있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1961년 세무사법 제정 당시에는 변호사, 계리사(회계사), 경상계열의 석·박사, 전임강사 이상의 교원 중 경상계열의 과목을 1년 이상 교수한 자, 국세·지방세에 관한 행정경력이 10년 이상인 자 등에게 세무사자격을 자동 부여하였다. 현재는 다 떨어져나가고 회계사와 변호사만이 세무사자격을 자동 부여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후진국 대열에서 탈피하지 못했던 시절, 특정분야에서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한 인재가 귀했을 때 있었던 구시대 잔재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며, OECD회원국이고, G20정상회의 의장국이다. 그렇다면 후진국 대열에 있을 때의 구시대 잔재들을 청산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선진국이 되었으면서도 후진국 때의 구시대 잔재들을 하루빨리 청산하지 않고, 존속시킨다면 그로 인한 해독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예로 한약을 잘못 조제했을 때 오는 부작용, 세무대리를 잘못했을 때 오는 세액공제 감면 혜택의 상실ㆍ무거운 과징금의 부과 등이다.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격자동부여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법률안’과 세무사에게 재무상태 진단업무를 허용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현재 국회 소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공인회계사회에서는 세무사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의 개정을 저지하기 위하여, 한국세무학회에 6000만원을 주고,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격자동부여를 폐지하는 것과 세무사에게 재무상태 진단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연구용역을 발표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토록 하였다는 것이다.
학술연구단체가 건전한 사회발전을 위하여, 각종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을 개최해서 어떤 과제에 대하여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학술연구단체가 특정 이익단체의 지원을 받아 짜여진 각본대로 연구한 용역에 대하여 발표하는 식의 연극을 하였다는 것은 국민의 지탄을 받을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선진국 세제인 종합소득세제가 1975년도부터 시행되었고, 부가가치세제가 1977년도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에 세무사제도는 사실상 1977년도 이후부터 활성화 되었다고 본다.
1975년 이전에는 세무사의 시장이 매우 열악해서 세무사자격을 획득하더라도 먹고 살기 힘든 직업이라 하여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세무사자격증은 있으나 마나한 자격증이었다.
그 단체인 한국세무사회의 재정 또한 빈약할 수밖에 없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회의원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였다. 그러니 국회에 세무사 권익에 관한 어떤 의안이 상정되더라도 늘 찬밥 신세였다. 로비에서 세무사는 국회의원 수가 많은 변호사나 회계사에게 밀리기 일쑤였다.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어디 가서 기댈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나마 밥이라도 먹고사는데, 이 밥그릇조차 뺏기면 어쩌나? 하면서 숨죽이고 살아왔던 게 사실이다. 힘이 없으면, 최소한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기본적 권리조차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이번 한국세무학회의 심포지엄에서 ‘사회적 비용의 절감’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중앙대 박재환 교수와 경북대 최승재 교수가 ‘공인회계사에 세무사를 통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현대 사회는 발전을 거듭하면서 다양화, 다분화, 세분화, 전문화되어 왔고, 이제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나라의 세무사제도를 과거 1961년 이전으로 돌려놓자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나온 것이다.
요즈음 현명한 사람은 세무대리인이 친인척이나 친구라고 해서 자기 일을 무턱대고 의뢰하지 않고, 잘 처리해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서 자기 일을 의뢰한다고 한다.
필자는 세무사로서 회계사와 함께 사무실을 공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공동으로 처리하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회계사와 세무사는 그 마인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무슨 일을 공동으로 처리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이다. 또한, 회계사와 함께 일을 해본 다른 세무사도 종종 나와 같은 얘기를 한다. 그런데 아무런 현장 경험도 없는 교수가 ‘회계사와 세무사의 통합'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에는 "모 회계법인이 모 회사에 대하여 부실 회계감사를 했다고 해서, 모 회사의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소 당했다”는 매스컴 보도를 자주 접하곤 한다. 공인회계사회에서는 세무사의 업무영역이나 침범해서 자기 회원들의 이득을 챙겨 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부실 회계감사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나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무사가 힘이 없는 틈을 타서, 세무사자격을 자동부여 받아서 50년간 남의 밥그릇 가지고 잘 살아왔으면 이제 내놓을 때도 됐다고 본다. 밥그릇을 빌려줘서 고맙다는 소리는 못할망정, 남의 밥그릇에다 밥을 먹어보니 밥맛이 좋더라고? 그러니 아예 이번 기회에 아주 빼앗아 버리는 것이 어떠냐고? 참 몰염치하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서도 비분강개하지 않으면 사람도 아니다. 우리 세무사회 회원들은 혹시라도 "과거의 예로 봐서, 이번에도 세무사법이 개정되지 않을 것이다.” "회기 내에 본회에 상정되지 못해 아마 의안이 폐기될 것이다.”라는 회의적인 생각은 버려야 할 것이다. 희망의 끈을 놓는 순간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로의 추락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 1만여 회원들은 본회, 각지방세무사회, 전국지역세무사회 가릴 것이 없이 똘똘 뭉쳐야 할 것이고, 나아가 미래의 세무사회 회원인 국세청 사무관급 이상 간부진까지 합세시켜, 자기네 이익만을 추구하는 몰염치한 세력들의 음모를 분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세무사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의 개정취지에 대하여, 우리 회원들 중에 기획재정위원회ㆍ국토해양위원회ㆍ법제사법위원회의 소속의원과 조금이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회원은 소속의원을 붙잡고 통곡하듯이 설득하고, 세무사법 개정노력을 무산시키려는 저 몰염치한 세력들을 향해 사자후를 토하고, 단합된 힘으로 우리 숙원이 성취되는 최후의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결전의 의지를 불살라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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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70호(201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