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 인 숙
CBS 기자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장. 당시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국민MC' 강호동 씨의 거액 탈세 사실이 국감장에서도 논란이 됐다.
조세연구원장 출신인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언론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개인 프라이버시 뿐 아니라 경력에도 문제가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양석 의원은 "개별 납세자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도록 돼 있고, (국세청은) 과세 추징을 알 수 없고 말할 수도 없다는데 조금은 실망스럽다”며 "어느 연예인이 믿겠느냐, 인기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기 측에 대해 (세무 조사 사실을) 발표하겠느냐”고 탈세 사실이 보도된 연예인 측의 편을 들고 나섰다. 게다가 정 의원은 “세무사에게 믿고 맡겼는데 추징당하면 (세무사) 본인의 명예가 실추된다. 그런데 세무사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며 "납세자가 억울함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보살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필자는 오전 국감이 끝난 뒤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이의를 제기했다. 탈세는 엄연한 위법인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그것도 국감장에서 위법을 저지른 사람의 편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서는 것이 과연 잘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 사건을 보도했던 기자의 입장에서는 어이없는 일이었다. 마치 달을 보라고 했는데 손가락을 보는 것이랄까, 탈세의 위법성에 온 국민이 분노하는데 그 책임을 애꿎은 세무당국과 세무사에게 떠넘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세무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하여 세무를 대리할 임무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위법한 탈세가 법률상 보호받는 것은 허용되는가? 세무사의 임무는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위하여 세무를 대리하는 것이지 의뢰인의 위법이나 탈법까지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세무사법 1조의2는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고 하여 세무사의 공익적인 지위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일각에서는 의뢰인의 이익을 옹호하는 세무사의 역할을 강조한 나머지 공정한 납세를 이행하도록 하여야 할 세무사의 사명을 경시하는 시각조차 있는 것 같다. 고소득 연예인의 탈세에 얼마나 큰 국민적 공분이 있었는지 목도한 기자의 입장으로서는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탈세, 왜 분노하는가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 사건이 종종 보도된 바 있지만 이번만큼 파장이 큰 적은 없었다. 몇 달 내내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를 장식했고 결국 국민MC로 불리던 연예인이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할 정도로 국민의 공분은 컸다. 국세청 출입기자로 세무관련 기사를 써 왔지만 이런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왜 우리 사회는 탈세에 대해 이토록 분노하는 것일까?
누구나 세금은 적게 내고 이익은 많이 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부담은 결국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사람에게 전가된다. 그것은 공평하거나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 여론은 바로 그것 때문에 분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공정사회를 기치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불공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국민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이 불공정함을 느끼는 최전선은 바로 ‘세금 문제’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와 ‘청년 실업’은 ‘부자 감세’ 논란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고소득자의 ‘탈세’ 논란으로 정점을 찍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공정사회를 위해 우선 개선해야할 부문으로 '조세부문(27.8%)'이 꼽혔다. 그만큼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정납세, 그리고 세무사의 역할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세무사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탈세 사건이 일어나면 ‘세무사의 업무 착오’ 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가 종종 있고, 법원에 과세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때에도 같은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책임 전가가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세무사는 세무전문가로서 법령과 과세실무에 비추어 의뢰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언해 줄 뿐, 위법을 권유하지는 않는다. 또 위법을 권유해서도 안 된다. 최종 결정은 의뢰인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세무사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한 세무 전문가도 "탈세 추징의 최종 책임은 엄연히 납세자에게 있다”며 "설사 세무사의 단순 착오라고 하더라도 납세자에게는 세무사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세무사의 사명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세무사가 바로 서야 공정사회가 바로 선다.
법률상 허용되는 절세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탈세의 경계선은 칼로 자르듯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세무만큼 법리와 해석이 어려운 분야도 찾기 힘들다. 그만큼 선량한 납세자와 이 기회를 틈타 세금을 안 내려는 사람을 구분하기도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세무사 스스로 전문가로서의 직업 윤리를 가지고 세무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 않을까. 세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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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70호(201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