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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018]
‘용띠 해’ 단상(斷想)

 이 기 락 세무사(6766)

#연말에 ‘카톡’으로 친지들에게 송년인사장을 보냈더니, 한 친구로부터 재밌는 문자를 받았다.「고객님 앞으로 주문상품 “나이 한살”이 배송중입니다. 본 상품은 특별주문 상품이므로 취소/교환/환불이 불가합니다. 묶음 배송으로 “주름”도 같이 발송되었습니다. 상품 수령 후 수취 확인 바랍니다」라는 내용이다. 문자를 받고 보니 연말이라는 시기도 시기려니와 뭔가 가슴에 와 닿는다. 그동안 불의의 사고나 지병으로 앞서가는 친구나 동창들의 소식을 듣거나 볼 때에도 나이를 먹는 것에 무감각하려고 애써 왔지만, 이순을 지난 지 몇년 되지 않았는데 고희가 코앞이다.
“세월이 흐르는데 사람만 꼭 같은 모습으로 있으란 법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에 부정적이고, 변화 자체를 거부하기 쉽다. 사람이 늙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가 아니라 변화를 멈추기 때문이다. 변화를 멈출 때 비로소 늙기 시작한다.”는 내용의 글을 최근 어디선가 읽은 터라 뜻밖의 유머 문자선물을 새해 벽두에 다시 열어보고 깨달음(?)을 얻는다.

# 해마다 연말께 되면 종교 지도자들은 다음 해의 신년사를 발표한다. 일부 성직자들이 ‘신의 일’과 ‘카이사르의 일’을 분간하지 못해 세속의 비난을 받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의 영적ㆍ정신적 지도자로서 그들의 언어는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다.
조계종의 신년사는 “밝은 지혜의 눈으로 일궤십기(一饋十起), 한 끼 밥을 먹다가도 필요하다면 열 번이라도 기꺼이 일어나는 부지런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했으며, 천주교는 “새해에는 우리가 모두 지혜로운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원불교의 신년사는 “종교 지도자는 물론 새로 뽑힐 정치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품성과 덕목”을 밝혔다.

# 국토지리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명 150만 곳 가운데 서울 '용산구'처럼 용과 연관된 지명이 1261곳이나 된다고 한다.
용은 부귀와 풍요를 상징하는 수호신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올해 임진년(壬辰年)은 60년 만에 찾아오는 흑룡(黑龍)의 해이다. 우리 역사에서 임진년은 변화가 많았다. 역사학자들은 임진왜란이 일어난 1592년을 가장 혹독했던 임진년으로 꼽는다.
우리가 배운 ‘찬란한 5천년 역사’는 결코 찬란하지 않았다. 그 역사의 99%는 굶주리고 얻어맞고 침탈당한 기억이 혼재하는 시간이었다. 이 땅을 둘러싼 환경은 수백년 전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갈등과 긴장은 여전한데 이 땅의 백성만 풀어져 또 다른 왜란을 불러들일 틈새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분위기가 마치 난파선 같은 한나라당이 빈사상태를 벗어나고 싶은 나머지 박근혜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한 정당 차원을 넘어 한국 정치개혁의 중요한 실험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흔들리고 있다. 비대위원 인선을 두고 말썽이다.
어떤 이는 비대위의 구성이 지나치게 정치공학적일 뿐 아니라 이벤트(?)적인 것으로 비춰진다고 비아냥거린다. 남의 일에 굳이 나서서 뭐라고 참견한다고 야단맞을지 모르지만(사실 따지고 보면 남의 일도 아니다),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에서 위험한 승부를 택한 박근혜 위원장은 비장한 각오로 비대위부터 쇄신해야 할 듯하다.

#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따른 영향으로 온통 국내외 경제적 여건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에 따라 미ㆍ중간의 이해가 한반도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안보 여건과 총선ㆍ대선이 겹쳐 정치와 이념의 광풍이 불어 닥칠 올해는 옛 임진년 못지않게 혹독할 런지 모른다. 임진왜란 당시의 서애 류성룡과 같은 리더십의 지도자를 기대하면서, ‘좋은 시작’으로 새해를 열자. ‘모든 일의 시작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고 하지 않는가?

2012. 1월 아침에

 

 

세무사신문 제572호(20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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