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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055]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지켜보며

  손 대 원 세무사(17307)

지난 12월 29일 오후, 세무사회 게시판을 열람하고 있던 필자는 3시 19분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격자동부여폐지'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재적 174명 중 찬성 162, 반대 1, 기권 11)하였다는 글을 발견하고 어찌나 놀랐던지 무의식적으로 소리 지를 뻔했다. 구각이 막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정의의 신은 우리 세무사들을 향해 그토록 오랜만에 축복을 내려주셨다.


공인회계사회에서는 한국세무학회에 통상 지급수준을 훨씬 웃도는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심포지엄을 열게 하였고, 출연한 교수들로 하여금 ‘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격자동부여 폐지'의 부당성을 주장하게 하였다.

이에 출연한 교수 중 두 명은 국민이 자칫 현혹되기 쉬운 ‘사회적 비용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세무사는 본래 회계사에서 파생된 것이니 세무사를 회계사에 통합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발주자에게 충성심을 보여 주었다.

금력으로도 수적으로도 열세인 세무사들은 터져 나오는 울분을 억누르며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이 광경을 바라만보고 있노라니, 그 심경이 어떠하였을까?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을 것이다.


힘이 약한 집단이 힘이 강한 집단을 이기는 방법은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정신을 교훈으로 삼아 뭉치고 또 뭉쳐서 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무사회 정구정 회장은 스스로 계백처럼 적중에 뛰어 들어가 혹한의 날씨에 풍진노숙하면서 고군분투하였음이 12월 24일 02시 54분 세무사회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그의 글이 말해주고 있다.

 

『 둘러보니 홀로이구나! - 정구정
세무사에게 재무상태진단 허용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소위가 어제 5시에 열렸습니다.
회의에서는 회계사회, 경영지도사회, 세무사회,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기획재정부가 세무사에게 재무상태진단을 허용하는 것에 찬반의견 개진하였습니다.
5시부터 6시 30분까지 논의되었으나, 결론이 나지 않자 예산과 관련된 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나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재논의한다고 하여 기다렸습니다.
이때나 저때나 재심의하나 초조하게 기다리다보니 밤 12시.

12시 넘어 차수변경하여 0시 10분에 속개하고, 12시 넘어 세무사에게 재무상태진단업무 허용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심의하였으나, 결론이 나지 않아 다음에 재 논의하기로 하고 0시 30분 회의가 산회되었습니다.
회의 끝나고 관계자 만나고 집에 오니 새벽 2시. 새벽 2시 허기진 배를 채우네.
하루 종일 밥도 먹지 못하고 회의장 밖에서 초조하게 홀로 기다리는 심정은 광막한 황야에 홀로 버려진 느낌.
도움 청하기 위하여 연고있는 회원에게 전화하니?받지 않고, 자꾸 전화한다고 끝내 전원 꺼놓고…
문자 보내고 음성녹음 해놓아도 응답전화 없고, 그나마 연결되어 도움청하면 짜증내고…
광막한 황야에 홀로 남겨진 쓸쓸한 이 느낌. 둘러보니 홀로 이구나…
2011.12.24 02:34 』


이 글은 우리 세무사들 모두를 감동시켰고, 전국 각지에 있는 세무사들로 하여금 의분을 자아내게 하였다. 구성원 개개인에게 고조된 위기의식은 한 집단을 결속시키는 촉매가 되어 그 누구도 막아낼 수 없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공인회계사회 권오형 회장은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의 본 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12월 28일 국회에 200여명의 회계사를 동원시켜서 그들 중 몇 명은 ‘개악철회’라는 붉은 머리띠를 두르는 한편 '정부가 반대한 법 날치기가 웬말이냐’라는 빨간 비닐 천을 양손으로 펼쳐 보이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앞에 서있게 하고, 그들 중 몇 명은 ‘개악에 반대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회의장으로 진입하려다가 국회 경위들에 의해 모두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이것은 노사분규가 극심했던 1980년대나 볼 수 있었던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으로써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회계사들이 이러한 행동을 했다는 것은 스스로의 격을 떨어트리는 우를 범하였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이성을 잃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지성인이 아니다.

그 어느 누구도 장강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꿔 놓을 순 없다. 또한,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이 있다. 현대사회의 직업이 다양화, 다분화, 세분화, 전문화되어 가는 것이 자연적인 현상이고, 시장경제의 원리라면 따라야 하는 것 또한 순리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이 아직 공포되지도 않았는데, 공인회계사회 권오형 회장은 “국회 혼란정국을 틈타 세무사 자격을 가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무사만을 위한, 세무사에 의한 편파적인 법안”이라면서, 자기만의 잣대를 가지고 "위헌요소가 많다.” "헌법소원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등등의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의 주장에 부합하면 합헌이고, 자기의 주장에 부합하지 않으면 위헌이란 말인가?

한 단체의 리더라면 정직한 패배에 대해선 부끄러워하지 말고 깨끗이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를 모략하는 모습이 남이 볼 때 자신만 추해 보일 뿐이다.

이번 쾌거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네들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국민의 승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세무사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마음각오를 갖고, 국민에게 불리하거나 불합리한 기구, 제도, 법령 등에 대해선 국민의 중지를 모아서 과감하게 혁파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무사회 정구정 회장은 우리나라의 조세제도를 개혁하는데 있어서 조세전문가 집단의 리더로서 자질과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이번에 국민들로부터 검증받은 것이다. 우리 세무사들 모두는 그가 조세전문가 집단의 리더로서 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원칙, 두려움 없는 통솔력, 비전을 담은 해결책, 이것이 정구정 회장이 나갈 길이다. 오직 담대하게 임하라!

따라서 정구정 회장은 일관된 원칙을 갖고 밀고나가는 지도력을! 암벽을 강타하며 포효하는 저 겨울바다의 파도처럼 강인한 지도력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세무사신문 제572호(201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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