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선거가 열리는 올해 재정 부담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복지 공약이 봇물터지듯 쏟아질 것으로 보여 정부 재정 확충에 비상이 걸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종 복지와 교육 관련 지원을 확대하라는 정치권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면 나라 곳간은 머잖아 거덜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에 참여한 민간 전문가들은 지난해 6월 공청회에서 정치권의 복지 공약 남발을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국가 재원이 대중영합적으로 배분되면 재정건전성이 나빠져 안정적 경제성장과 건전한 사회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유럽과 같은 재정 위기를 막고자 재정준칙을 강화하고 공기업 부채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등 고강도 처방을 준비하고 있다.
◇조세부담률 OECD 평균 밑돌아…복지재원 확충 `선결과제'
복지재원 확충 논의와 관련해 먼저 눈여겨볼 지표가 바로 조세부담률이다. 국민이 낸 세금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이다.
29일 OECD의 세입 통계를 보면 지난 2008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1.7%로 OECD 33개 회원국 중 아래에서 8번째였다. OECD 평균인 25.8%보다 4.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2008년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조치 이후 2011~2015년 사이 조세부담률이 19%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세부담률이 낮은 것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세입 기반이 좁아진 탓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89~1997년 7.4%에서 1998~2007년 4.7%로 떨어졌고, 2008∼2012년은 3.8%로 더 내려갔다.
낮은 조세부담률은 복지 강화를 위해 세금을 더 많이 걷거나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가 된다.
선진국의 40% 정도인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을 비슷한 수준으로 높이려면 국민이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내거나, 과세당국이 추가 세원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인천대
황성현 교수는 "복지를 확대하려면 감세정책에서 탈피해 조세부담률을 적정 수준까지 높이는 증세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세율 인상은 자원배분의 왜곡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월스트리저널(AWSJ) 아시아판 기고문에서 "서민·중산층의 주택과 교육 지원 등을 위해 추가 세율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증세는 투자와 성장을 저해한다"며 선을 그었다. 세율 인상보다 세입 기반 확대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재정준칙의 법적 기반 마련 필요"…비과세·감면 지속 정비
정부는 증세보다는 도입 목적을 달성했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각종 조세감면과 비과세 체제를 정비해 세금이 새는 `구멍'을 메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고소득 전문직을 대상으로
세무 검증을 의무화한 `성실신고 확인제도' 등을 도입한 것도 세금 구멍을 막으려는 조치다.
특히 양대 선거를 앞두고 복지수요 폭증에 대비해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앞당겼다. 2013년을 목표로 재정건전화를 추진한 것이다.
정부는 2011~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재정준칙의 적용을 강화하고 세입기반 확충, 지출 효율화 등을 더욱 힘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재정준칙은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할 때 도입했다. 균형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2~3%포인트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2011~2015년 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하면서 이 재정준칙의 적용을 강화하기로 했다. 2013년 균형재정 달성 시까지 지출 증가율을 수입 증가율보다 3%포인트 낮게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준칙이 강제력과 구속력이 없어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2011~2015 국가재정운용계획 작업반은 "재정준칙 법제화 등 더욱 강력한 세입과 세출관리를 통해 중기 재정건전화 계획을 차질 없이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재정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상황에 따라 행정부의 정책적 의지만으로 재정준칙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어 재정준칙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제도개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각 부처가 의무지출 정책을 추진할 때 재원 확보대책을 함께 마련토록 하는 '페이고(PAYGO)' 원칙도 더 강력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자산 2조원 이상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수립해 올해부터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 각종 국책사업으로 급증하는 공기업의 부채관리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