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전세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과 함께 한 오찬간담회에서 올해 매매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전부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12% 떨어진 반면 지방은 12%가 오르는 등 시장내에서 바이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지방과 달리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가계부채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주택가격이 많이 올라 서울은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7~8배 수준이고, 부산은 4배 정도"라며 "이런 사정을 고려해 앞으로 지역별·유형별로 차별화해 정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뒤 충분한 가격 조정이 있었다면 지금쯤 가격이 반등했을텐데 당시 가격조정이 불충분했다"며 "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제연구원
김완중 연구위원 역시 "주택 거래량이 늘기 위해서는 가격 추가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아직 집값이 저점에 달했다고 판단하긴 어렵고 물가상승률에 미달하는 선에서 당분간 가격이 횡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형 생활주택의 고분양 문제가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재개발 지역은 그동안 저렴한 주택이 밀집돼 있던 곳이었는데 서울시의 뉴타운 취소 정책으로 앞으로 이곳에 분양가와 임대료가 높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신축되면 그동안 저렴했던 주변 지역 임대료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시장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예년과 달리 큰 폭의 상승세는 없겠지만, 지역별로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의 김선덕 소장은 "정부는 올해 서울지역 이주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주·철거가 많아지지 않도록 지방정부와 협의관계를 공고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도엽 장관은 이에 대해 "올해 지역별·유형별로 나눠 시장을 꼼꼼하게 챙겨보겠다"며 "그러나 가격 안정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궁극적인 정책목표는 주거복지 수준을 높이는 것인 만큼 이 부분에 더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권도엽 장관은 이날 전문가 간담회에 이어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중개업소 현장을 방문해 전월세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학생 전세임대 주택 현황에 대한 의견도 청취했다.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은 임대인을 위해 2~3인 거주용 주택 공급을 활성화해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한 공인중개사는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로 질좋은 원룸 공급은 늘었지만 신혼부부나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방 2, 3개짜리 주택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며 "이런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1종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을 높여달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사도 "과거 원룸 수익이 높아 원룸 건축이 많았지만 지금은 원룸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방 2~3개짜리와 수익률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정부가 법으로 규제해서라도 방 2~3개짜리 주택을 많이 짓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장관은 이에 대해 "방 2~3개짜리 주택을 많이 짓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필요하다면 이런 주택 건설이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제도보완 등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에 대한 제도 보완 요구도 있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당첨되고도 주변에 보증금 7천만원짜리 전세가 없어서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생 전세임대를 월세주택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의 기본 취지는 취약계층 자녀의 주거비를 보전해주는 차원이지 역세권의 비싼 오피스텔, 원룸 거주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LH, 중개업소 등과 공조해 학교에서 20~30분 거리에 있는 전세나 보증부 월세주택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권 장관은 "오늘 현장점검에서 나온 전문가, 공인중개사 등의 의견을 토대로 매매 및 전월세 시장을 꼼꼼히 점검하면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