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 등재 추진 대상으로 선정돼 내년이면 유네스코에 공식 등재 신청서를 낸다. 등재 여부는 2014년 여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판가름난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이런 추진 일정이 최근에는 '한양도성'(서울성곽)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김으로써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원순 시장 체제 출범 이후 서울시가 한양도성 복원에 속도를 내고, 그 일환으로 이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지난 1월31일 한양도성 답사에 나선 자리에서 "서울성곽이 기가 막힌 자산"이라면서 이를 "단순히 복원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이 인근을 제대로 개발하는 사업으로도 연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남한산성이 단독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한양도성의 세계유산 등재는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양도성, 남한산성, 북한산성이 세트를 이룬 조선시대 수도방어체계에서 어느 하나만 등재되면 성격이 비슷한 나머지는 등재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22일 "아직 (남한산성 등재와 관련한) 공식적인 서울시 입장을 경기도에 전달하지 않아 무척이나 조심스럽다"면서도 "한양도성이 함께 유네스코로 갔으면 하며, 그것이 국가적 차원에서도 좋은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공동 등재 추진을 위해 서울시는 우선 실무팀장급 인사를 이날 오후 경기도청으로 보내 두 기간 간 의견 조율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남한산성 등재를 추진한 경기도는 "왜 가만있다가 지금 와서…"라는 식의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서울시에서 이와 관련한 그 어떤 입장을 전달받는 바도 없다"면서 "오늘 서울시에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고 경기도가 어떻게 할지 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한양도성, 남한산성, 북한산성은 세 군데를 합쳐 조선 도성방어체계로 묶어 세계유산에 등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한산성은 선도적으로 나섰지만 나머지 두 곳은 이와 관련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뒤늦게 뛰어들고, 북한산성도 그 절대 면적을 점하는 고양시를 중심으로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전개로 말미암아 문화재청은 곤혹스런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기도와 서울시가 어떻게 입장을 조율하느냐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 때는 남한산성만의 단독 등재로 간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내심으로는 세계유산 제도에 '등재' 뿐만 아니라 등재 구역 '확대'(extension)가 있는 점을 들어 먼저 남한산성을 등재하되, 그 성격을 도성방어체계 시설의 하나로 규정하는 방안도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추후 한양도성과 북한산성까지 세계유산 등재 지역으로 확대하면 더 좋다는 입장인 셈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남한산성을 대상으로 삼아 한창 작업 중인 경기도는 등재 신청서 내용을 대폭 바꿔야 한다는 시급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남한산성 등재신청서는 내년 2월1일까지 유네스코에 제출해야 하며, 오는 9월까지 초안을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