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이다. 일자리를 늘린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 유예를 ‘당근’으로 내놨다.
지난 1월 열린 국세청 전국 조사국장 회의에서 결의된 ‘세무조사 운영 기본방향’에 따르면 올해 상시 근로자 수가 지난해 대비 3% 이상 늘었거나 늘릴 계획이 있는 연매출 300억원 미만 중소기업, 5% 이상 증가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연매출 300억∼1000억원 미만 대기업에 대해서는 오는 2013년 말까지 세무조사를 미루기로 했다.
지방 중소기업은 2014년 말까지로 확대했다. 연매출 1000억∼5000억원 미만 대기업은 10% 이상 늘리거나 관련 계획을 세워야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이 같은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은 세무조사 사전통지서를 받더라도 해당 조사관서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언제든지 유예받을 수 있게 됐다.
고용노동부에서 지정한 ‘2011년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은 연매출 5000억원 이상 기업이 아니면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 배제된다.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일자리를만들어 서민생활 안정에 기여한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무조사 유예를 유인책으로 제시했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국세청조차 세무조사를 필요악쯤으로 여기는 기업인들과 인식을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다.
세무조사 목적이 기업경영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닐진대 이를 미뤄줬다고 기업 지원정책이라 할 수 있는지 반문해볼 일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본론과 ‘세무조사 유예’라는 각론이 따로 노는 모양새라 할 수 있다.
세무조사를 미뤄주면 과연 기업이 생산활동을 왕성히 해 일자리를 왕창 늘릴 것인지 그 효용성도 따져볼 일이다.
경제위기를 맞아 기업 존망이 백척간두에 달린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사실 기업인치고 세무조사를 반기는 이는 없을 것이다. 마치 저승사자 대하듯 피하고픈 게 인지상정일 게다.
세무조사가 경영 애로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현실도 쉽게 짐작이 간다. 세무조사를 둘러싼 온갖 괴소문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래서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조차 쉬쉬하기 일쑤이다.
기업 현실이 이렇다 쳐도 세무조사 본연의 취지가 훼손돼서는 안 될 일이다. 세무조사는 기업이 납세의무를 다했는지 검증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세정당국 방침에 반하는 회계관행은 없었는지 바로잡는 계기로 삼는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손해만 보는 일이 아니다.
탈세를 일삼는 기업이 아니라면 정기 세무조사를 통해 회계가 더욱 투명해져 경영 리스크를 덜었다며 오히려 자랑해야 하지 않을까.
세무조사 유예를 기업 일자리 창출의 당근으로 삼는다면 자칫 이런 세무조사의 순기능을 외면하는 처사로 비칠 수 있다.
찾아보면 국세청이 일자리를만드는 기업을 도울 일은 많을 것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세무조사 기간을 줄이고, 관행도 기업이 편리한 쪽으로 바꾸는 일이 그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미 국세청은 성실하게 납세하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간편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기간을 대폭 줄이고, 사무실 조사 위주로 진행해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이런 혜택을 본 기업도 2010년 835곳에서 지난해 1135곳으로 늘었다. 이참에 일자리 창출 기업을 간편조사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일이다.
아울러 이현동 국세청장이 늘 강조하듯 세무조사와 관련해 한치의 오해가 없도록 조사 선정, 집행, 종결의 모든 과정을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굳이 세무조사가 아니더라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고용유지소득공제, 고용증대세액공제와 같은 일자리 창출 장려를 위한 각종 조세지원 제도를 이용해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다.
물론 고용 증가인원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해외진출 기업 국내 복귀 세액감면 등 관련 제도를 보다 많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국세청이 납세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 이를 기획재정부에 전하는 가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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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신문 제575호(201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