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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 3140]
[국세청기자실] 조세저항 斷想
이 민 종 문화일보 차장

 

          이 민 종

       문화일보 차장

 

 

매월 급여 명세서를 받는 평범한 회사원들이라며 이런 의문을 품기 마련이다. "뭘 이렇게 많이 떼는 거야?”, 세금 `불만'이다.


 이는 `기본'이다. 분기별로, 월별로 세금 고지서는 쉼없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꼬박꼬박 날아온다. 정부·집권층의 틀이 바뀌고 징세 시스템이 과거와는 다르게 체계화·선진화된 현대에도 조세에 대한 심리적 저항은 납세자의 심리에 깊게 각인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금은 국가, 정부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근본 재원이다. 조세의무는 헌법 38조에 `모든 국민은 납세의무를 진다'라는 규정에서 알 수 있듯 4대 의무의 하나이다. 역설적으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조세조항도 수반한다.


 전제 왕권이 지배하던 왕조시대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별별 수단이 다 동원돼 세금을 거뒀으니 민중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세금을 공평하게, 백성이 감내할 수준에서 거둔 왕조는 번성했다. 반대로 세정이 횡포, 수탈, 강압으로 점철된 폭정 수단의 하나로 전락하면 반드시 농민반란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정권자체가 붕괴했음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세금제도에 관한 우리나라와 수천년의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부터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5대 10국 시절 단명왕조의 하나인 후당(923∼936)때 공겸이란 재상이 있었다. 재정을 총괄하는 장관을 맡았는데 그야말로 황제를 위해 세금을 악랄하게 걷기로 이름을 떨쳤다. 후당과 공겸이 추진한 세제의 특징은 온갖 부가가치세가 많다는 점.
 

  대표적인 게 `작서모(雀鼠耗)'로, 세금으로 거둬들인 피륙, 곡물이 새나 쥐에게 먹혀 소모되는 양을 계산해 해당되는 분량을 부가세로 징수하는 방법이었다. 농가의 식염에는 식염세,술을 빚는 누룩에는 누룩세, 양잠에는 양잠세, 농민들이 쓰는 농기구에도 세금을 물렸다. 비단 후당뿐만 아니라 5대10국때에는 `못뽑이세', `쌍놈세', `수염 문지름세' 등의 세금이 있었다고 하니 기가 찰일이다. (김희영 편저, `이야기 중국사')


 잘 알려졌지만 중국 역사상 가장 번성한 왕조로 꼽히는 당나라도 소금세를 올렸다가 875년 소금판매상인인 황소가 일으킨 난을 계기로 쇠약의 길로 접어들면서 결국 막을 내렸다.


 서양역사를 봐도 조세 저항은 역사의 굵직한 획을 그을 정도로 많은 정치·사회의 변화를 야기했다. 1627년 영국의 존 햄프던은 의회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징수된 국채와 선박건조세 납부를 거부했다가 당시 찰스 1세로 부터 투옥됐다. 이는 국민의 저항을 촉발, 청교도혁명의 도화선으로 이어졌다.


미국독립혁명과 독립전쟁은 `설탕세', `인지세'등 영국 정부의 지나친 과세에 식민지 무역업자와 지식인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도 비껴갈 수 없다. 조선 시대 재정의 축인 전정(田政)·군정(軍政)·환정(還政) 등 삼정의 문란이 극에 달했던 후기때에는 `백골징포(죽은 자에게 인두세를 과세)·황구검정(입이 노란 얘기에게 과세)'이란 말이 나온데서 알 수 있듯 백성의 고혈을 짜는 세금이 횡행했다. 동학농민혁명도 고부군수 조병갑(1844∼1911)이 만석보를 증축하고 수세를 징수, 착복한 게 결국 원인이 되지 않았나.


 현대 들어서도 조세저항은 주로 간접세를 위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가깝게 보면 최근만 해도 국제유가 급등과 이에 따른 고물가 속에 유류세 인하 요구안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것이나, 그동안 과세사각지대로 지적돼온 종교인 과세 방침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만 투명하게 징수하고 부유층과 고소득 자영업자 등에서는 여전히 물밑 탈세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문제도 조세의 형평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왜 나만 높게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조세저항 심리로 이어진다.

 세금 인하의 경우 정부는 통상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운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유류세 인하만 해도 탄력세율을 조정하게 되면, 재정수요가 가뜩이나 많은 상황에서 어디에서 메꿀 것인지 감안해야 한다”면서 "외국도 유류세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균형잡힌 시각아래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세정ㆍ과세와 납세자간의 사고의 접점 및 간극을 좁히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정부 입장에서는 고령화, 저출산의 난제에 싸인 속에서 복지 혜택을 늘리고 국민 보호를 위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세원 확충의 불가피성을 제기하지만 고물가와 저임금, 취업난에 싸인 서민ㆍ중산층에서 이런 저런 명목으로 늘어나는 세금은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과세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세금에도 `소통과 협력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매우 이상적인 메시지이고, 또 실현해야 할 과제로 더할나위없이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합리적 과세, 정부조직의 촘촘한 운영을 통한 낭비요인의 제거 등부터 적극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부터 숙고해야 한다. 조세저항 뉴스가 뉴스가 되지 않는 날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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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577호(20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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